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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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그냥 숲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

2019년 내겐 최고의 책.
분위기로는 ‘앵무새 죽이기‘가 떠오른다.
델리아 오언스는 동물행동학 박사로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한 논픽션 세 편으로 베스터셀러가 된 작가답게 이 소녀의 주변을 습지 생태로 가득 채웠다. 잘 아는 곳을 보여주듯이.
강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습지를 수채화처럼 보여주는 묘사는 겉돌지 않고 그대로 이야기와 하나가 된다.
등걸 위에 놓인 새 깃털의 작은 나폴거림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작은 보트로 헤쳐 나가는 그림자 드리운 나무가지 아래를 머리 숙여 지나치고 , 소리 없이 숨고 머무르는 습지의 물길을 따라가다 보트의 반동을 따라 몸이 툭 튕겨지면 시야 가득 파란 바다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혹 주인공이 무섭게 자신을 몰아부치던 태풍에 정신없이 휘둘려 흠뻑 젖은 채 간신히 모래톱으로 빠져나와 모래사장에 널부러지기도 한다. 무리가 그리워 휘둘린 그 감정에 가슴이 저렸다.
혹시 베스터셀러 였다는 그 논픽션을 번역한 것이 없을까 인터넷을 뒤져도 보았다. 이런 묘사라면 동물행동학을 참고 읽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모든 감정과 사고의 시작이자 마지막인지도 모른다. 하나님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만들었다는 존재. 그래서 그 역활은 엄마 본인이 알아채든 무지하든 막중하고, 그 역할의 결과는 자손에게 남아 의문의 시작이 되고 끝이 되기도 한다. 꽁꽁 맺혀 가슴 속 응어리였다가 풀어지는 순간 스르르 맥없이 풀려버리는 그 한의 원천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습지의 동물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은 엄마의 떠난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여섯 살 꼬마를 포함한 다섯 형제를 방치한 채 떠난 이유. 동물은 더 이상 자신을 지킬 수 없을 때 다음에 더 튼튼한 자손을 얻기 위해 지금의 어린 자식을 버리기도 한단다. 정인이 사건을 보면 인간은 생물의 어미 중 최하위다.
그 많은 날들의 외로움을 이겨내느라 진이 빠져 마음이 더 오그라들어 버린 후 찾아온 막내 오빠가 전해준 엄마의 사연. 끝내 자식을 떠나 온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는 불행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끔찍했을 엄마의 상황을 흘깃 엿보고서야 풀어 내어지는 그 모질었던 마음은 그 풀어낼 내용의 경중에 상관없이 진행 중인 엄마와 자식이 살아내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일 것이다.

‘소년의 차분함, 그렇게 찬찬히 말하고 움직이는 사람을 카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너무나 확고하면서도 편안한 행동거지였다. 그냥 근처에만 있었는데, 그렇게 가까이 간 것도 아닌데, 딱딱하게 뭉쳐 있던 카야의 응어리가 한결 느슨해졌다. 엄마와 조디가 떠나고 처음으로 숨 쉴 때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상처 말고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

‘조디는 카야의 부엌에 대롱대롱 매달린 외로운 삶을 보았다. 채소 바구니 속 소량의 양파들, 접시꽂이에서 마르고 있는 접시 하나, 늙은 미망인 처럼 행주로 곱게 싸둔 콘브레드에 고독이 걸려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여리고 상처받기 쉬워진 지금, 타인을 믿기가 예전보다 더 힘들었다. 살아오면서 가장 무너지기 쉬운 자리에 서서 카야는 그녀가 아는 유일한 안전망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녀 자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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