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날들의 얘기려니 하다보니 그것도 어느새 100년전 이야기다. 얼마전 TV의 미래수업 방송에서 ‘제럴드 다이아몬드‘가 한국에서 고쳐야할 최우선의 것으로 인구의 절반만 활용하는 여성차별을 없애야 한다던 발언이 기억났다. ˝인구의 절반˝만을 대접한 세월이 참으로 길기도 길었다. 활용을 안 한 것이 아니라 ㅡ우리의 어머님들은 늘 바쁘셨다. 생계를 잇느라 ㅡ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세월일 것이다.지금은 온난화로 인한 남북극의 빙하녹음에 촉각을 세우지만 100여 년 전만 해도 눈에 갇힌 차에서 구조를 청하러 나섰던 소년이 동네까지 가는 동안 동상으로 발가락을 잃던 시절이기도 했다. 겨울방학 무렵 학교를 오가는 길에 장갑낀 손이. 털신 신은 발이 시려 울며 집에 들어서던 기억이 아주 오래 전의 것도 아니다. 그 당시 여자들의 삶은 바람 매서운 벌판에 오도막히 들어선 나무집과 많이 다르지 않았던 듯 싶다. 그 바람을 피하려고 안으로만 숨겨 감싸려는 어머니가 있기도 했고, 결혼이 늦어버린 혹은 안 한 아가씨는 일가 친척의 뒤에 숨겨져야 했다. ‘미투‘의 역사가 이제 막 시작된 것으로 미뤄 짐작해 보면 그 모진 삶을 견뎌낸 전세대들이 존경스럽다.이런 시대에 서부시대 첫 여성 보안관이라는 실제한 사건의 시작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지금도 어려울 부와 권력을 가진 남자를 고발하는 것, 여자가 경찰서를 찾아가는 일 자체가 화제가 되고 협박을 받았다. 그래도 늘 시대를 앞서 가는 이가 있어 재소자들의 인권을 위해 다투며( 이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의 고발( 용기내는 이들이 많지도 않았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고, 방어책을 마련해 주고, 보호감시를 해주는 보안관이 있었다. 지금도 고소고발후 더 어려움을 겪고, 더 난처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는데 말이다. 그녀의 용기와 선의가 그녀를 사회로 이끌었지만 그녀의 가치를 받아들인 열린 태도가 있어서, 한 발자국을 밀어준 자매들이 있어 보안관보로서 사회 진출을 시작한다. 그 후의 활약상도 기사로 남아있어 이어지는 이야기가 몇 권이 더 쓰여진단다.얼마나 드문 일이 였으면 그 기사들이 작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남아 있을까? 이즈음에 자주 접하게 되는 책들이 각 분야의 첫 여성들의 이야기인듯 싶다. ‘겨울이면 염색공과 조수는 어느 비단 노동자들보다도 고생이 막심했다. 방직공은 최소한 젖지는 않을 수 있었다. 난방도 되지 않는 염색공장에서, 통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과 증기로 얼어붙은 바닥은 빙판이 됐다. 심지어 노동자들의 옷에까지 염료가 스며들어 푹 젖었고 집에 가는 길에 얼어버리기 일쑤였다. 해가 진 후 그들은 살갗에 달라붙는 축축한 앞치마를 두른 채 빙판길을 뛰었는데, 예전에 루시도 그랬을 것이다.‘‘내가 플러넷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면 ㅡ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엄마로서 내가 그애에게무언의 선물을 줄 수 있다면 ㅡ 그 선물은 이런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 우리는 우리한테 혹은 다른 누군가한테 말썽이 생겼을 때 종종걸음으로 피하지 않는다. 우리는 달아나서 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