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사러 가. 금방 돌아올게.사랑해.ㅡ헤더‘텅 빈 침대에 남아 있는 쪽지 한 장.‘‘진짜 재밌는 게 뭔지 알아? 그날 밤 퇴근하는데 우유가 거의 떨어졌다는 게 떠올랐어. 잠깐 가게에 들러서 사려다가 가까이 가보니 가게가 너무 북적이는 것 같아서 그냥 집에 왔어. 조금 있다 사러 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믿을 수 있나? 줄 서서 몇 분 기다리기 귀찮아서, 내가 그 정도로 빌어먹게 게을러서......‘사소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소중함과 무거움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순간이 소소하게 우리 삶에 깔려 있다가 때로 지뢰가 된다는 걸 혹은 반대로 했기 때문에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아이러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