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크메르루즈 정권의 영향이 어떻게 남아 있으려나 궁금해진다. 우리에게 남은 식민지 잔재는 여전히 스몰스몰 기어나와 그 끈질김에 치를 떨게 하는데 150만명을 학살하며 지식과 문화, 문명을 말살하려 했던 그 악행의 영향은 그 삶들에 어떤 모습으로 새겨졌을까?예전에 우리에게도 렌트 콜렉터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우리 삶과 엮겨질 때가 있었고 지금 그곳은 하늘공원으로 남았다. 두 곳의 삶이 많이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곳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은 맑은 물과 음식뿐이라고 어른들은 말했었다. 늘 쓰레기 냄새와 그것이 타는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아픈 아기를 가진 상 리가 집세를 걷으러 다니는 소피프 산이 글을 읽을 줄 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그 말붙이기 어려운 노파에게, 아기의 삶이 나아지게 하기 위해선 글을 배워야한다는 바람으로 글을 가르켜주기를 청한다. 시간을 지킬 것, 숙제는 반드시 할 것. 아픈 아기를 맡겨 가며 그 힘든 여정을 열심히 따라갈수록 노파의 과거가 그녀가 가르치는 문학과 더불어 드러난다. 그녀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던 그 상황에서도 그녀가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해야할 일과 열심히 배우는 제자에게서 본 미래일 것이다.어떤 삶이든 경이로워지는 순간은 올바른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리라. 저마다의 이런 노력이 인간을 그나마 이만큼 이끌었을 것이다.다큐멘터리 느낌을 주느라 글이 건조한걸까? 교과서에 실린 글같다. 사람들의 삶은 늘 이렇게 희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런 도움과 선의, 선행, 작은 믿음들로 이어져가는 것이라 믿지만 글이란 잘 쓰여져야 한다.‘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이 겪한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나는 무작정 말을 뱉았다.˝나는 글을 읽는 게 약을 대신하거나 몸을 낫게 해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뭔가를 기대하게 하고 무언가와 맞서게 하는 힘을 길러준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애가 용기를 얻을 거라 믿고 싶어요.˝ ‘‘지성과 지혜를 중요하게 여긴 합리적인 노파에게 크메르 루주의 군사혁명은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한번은 큰 소리로 말했다고 매를 맞았고 이틀 후에는 조용히 있었다고 두들겨 맞았다. 또한 저녁 식사 시간에 너무 크게 공산주의 찬양 노래를 부르면 지도자를 모욕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작게 흥얼거리면 새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추궁을 당했다. 온전한 정신은 무자비하게 궤멸당하고, 희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방법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