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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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에, 이후에 읽었다면 내 생각의 변화를 혹은 그럼에도불구하고 토를 달았을 지도 모를 순간을 놓쳐버린 모양이다. 아쉽.
질본분들이 조치를 취하기 전에 까뮈의 예지력을 빌리진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오랑시 폐쇄전략에 현대적 상황과 기술을 더한다면 지금, 여기가 될 것이다. 아무도 겪어보지 않았다는 코로나 시대가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드론을 띄워 우리의 모습을 한 눈에 보여 주듯이.
아직은 우리가 공론화 시키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변화와 사회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격리로 인한 이별 그래서 각별해진 사랑, 그 틈에 벌어지는 범죄들, 사람들의 협력, 종교까지. 그리고 다행히 페스트가 물러가는 시기에 일어나는 일들까지.
서술자로 자처하는 작가는 이런 사태에 영웅이라는 본보기의 선례로 평범하고 앞에 잘 나서지도 않는 영웅, 가진 것이라고는 마음속에 약간의 선량함과 겉보기에 그저 우스꽝스럽기만 한 이상밖에 없는 말단 공무원 그랑을 추천하면서 그가 집착하는 사소한 문장이 변화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사람 사는 일이란 자기 자리에서의 성실함, 이것이 다라는듯.


‘해야할 일은, 인정해야 할 사실은 확실하게 인정하고 쓸데없는 그림자들을 쫓아버린 뒤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나면 페스트는 상상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상상하지 않기 때문에 멈추게 될 것이다. 만일 전염병이 멈춘다면, 게다가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한데, 다 잘 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 우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술자는 훌륭한 활동에 중요성을 지나치게 부여하는 것은 결국 악에 대해서 강력하면서도 간접적인 찬사를 표하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훌륭한 행동들이 그렇게도 큰 가치를 갖는다면 그런 행동들 자체가 드문 데다가 사악함과 무관심이 인간들의 행동에 있어 훨씬 더 빈번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라는 점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서술자가 동의할 수 없는 점이다. 이 세상의 악이란 거의 무지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배움이 없는 선의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있다......한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덜 무지하거나 더 무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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