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바벨의 도서관 17
빌리에 드 릴아당 지음, 박혜숙 옮김, 이승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바다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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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없이 ‘장미의 이름‘의 도서관을 지키던 장님 수도사를 연상시키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중 17째 권이다. 남미 문학을 이해하는 일은 내겐 좀 벅찬 과제지만 그 성향 속에서 묶여졌을 이 전집을 볼 때면 뿌듯해진다. 조금씩 맛 볼 수 있는 대단한 성찬을 마주한 기분이다. 재료는 무엇이며 조리법과 그 맛은 어떠한 지 설명서가 첨가되어 있기까지 하다.
단편들이건만 때론 녹록치 않은 무게감까지!

1838년에 태어난 빌리에 드 릴아당 백작은 상상속에서 결투하고 공상하는 슬픈 주인공을 스스로의 모습이라 여긴 빈곤한 신사였다고, 아나톨 프랑스와 바그너의 친구였다고 소개된다.
작가의 ‘잔인한 이야기‘라는 작품집에서 발취된 작품들답게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불러 일으킨 이상현상을 다룬 ‘베라‘는 환상문학의 성격을 띈다.
죽음의 사도 같은 사형집행인을 우연히 만나 밤새 자리를 옮겨가며 놀다 점점 흉흉한 느낌에 사로 잡히는 젊은이를 다룬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이나 허세를 부리며 보기좋게 위기를 모면할 것 같던 순간 허를 찔리는 ‘체일라의 모험‘은 포의 분위기를 풍긴다.
문자 그대로를 글로 보여주는 ‘희망이라는 고문‘, ‘이자보여왕‘의 질투의 잔인함은 셜리 잭슨의 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느 슬픈 작가의 슬픈 이야기‘는 결투가 얼마나 하찮은 일로 행해지는 지, 그것이 한 때는 유행처럼 번져서 남자어른들이 얼마나 부질없이 목숨을 잃었는 지를 읽으면 그 자식을 키운 어머니들이 가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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