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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평점 :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아시나요? 쉽게 말해서 '짧은 광고 문구를 작성하는 사람'인데, 짧은 문구라고 해서 결코 간단한 작업은 아닙니다. 브랜드의 이미지, 제품의 특징 등을 짧은 문구 안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쉽게 인식이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에 회의를 거듭해야 겨우 하나의 문구가 탄생하죠. '생각대로T', '혁신을 혁신하다' 등 듣기만 해도 브랜드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유명한 광고 문구를 만든 카피라이터 김민철이 <모든 요일의 기록>과 <모든 요일의 여행>에 이어 세 번째 에세이를 펴냈습니다.
물론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내 마음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불확실한 것이 많을수록 가장 확실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들로 완성한 나만의 취향 지도 안에서 나는 쉽게 행복에 도착한다. -p76
그녀의 세 번째 에세이 <하루의 취향>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민철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흔히 '취향'이라고 하면 '나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등의 수식어가 앞에 붙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국어사전에서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이라고 말하고 있듯이 취향은 그저 '내가 마음 가는 방향'일 뿐인 것이죠. 어제는 이것, 오늘은 저것. 취향은 하루하루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카피라이터 김민철이 말하는 '오늘의 취향'은 무엇일까요?
이제는 마흔이 코앞이지만 여전히 나는 믿고 있다.
아주 가끔은 털 뽑힌 호랑이, 아니 고양이, 아니 뭐라도 되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그 낯선 존재가 우리를 생각지도 못한 땅에 데려다 놓곤 하니 말이다.
그 땅에선 생각지도 못한 행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p107
<하루의 취향>에서는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친구로서의 인간 김민철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일, 개인적인 공간, 여행 등에 대한 취향에 대한 글이 적혀있기 때문이죠. 가장 나답게 지내다가 어느 날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해 해피엔딩을 본 그녀의 이야기는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변화하는 환경을 싫어하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거든요. 좋게 말해서 '안정적'이지만 다르게 보면 '발전이 없는 삶'이라고도 볼 수 있죠. 그녀는 이런 저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단조로운 삶에서 벗어나 가끔은 미친 짓도 불사하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습니다.
<하루의 취향>에는 그녀의 여행 취향도 담겨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면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무모해지고 적극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사진이 아닌 글로만 읽어도 그녀가 낯선 땅에서 어떻게 여행을 즐기고 있는지 아주 잘 느껴집니다. 많이 들어본 적 없는 여행지를 마음이 가는 대로 즐기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저도 그저 제 발이 이끄는 대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험이 부족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어'라는 일본 철도청의 카피가 있다.
가로늦게 후회할지라도 도전을 한 번. 가로늦게 깨달음을 얻을지라도 시도를 한 번.
수많은 실패 앞에서도 나는 여전히 '가로늦게'를 응원한다.
아직 우리에겐 더 많은 모험이 필요하니까. 우린 더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하니까. -p228
카피라이터 김민철이 아닌 인간 김민철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녀의 취향을 들여다 보는 것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나의 취향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따로 시간을 내서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오랜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나의 취향' 속에서 '진짜 나'를 볼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