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노이즈
김현철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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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 감상평

드래곤 라자의 향수가 느껴지는 듯한 고풍스런 작명의, 판타지 소설에 관심없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유치할것도 같은 이름의 국내 최고 권위의?! 장르소설 문학상 작품집이다.

개인적으로 이 상 수상집은 충분한 재미와 일정 기준이상의 문학성을 보장하기에 거의 다 읽었는데, 솔직히 수상작도 아니고 본심진출작 앤솔러지는 처음이다.

미스터리나 sf 분야는 계간 미스터리든 미스테리아든 각자의 분야에서 굳건히 그 전통을 유지해 오고 있는 상들이 있지만, 그 두 분야를 제외한 회색지대?(좀비소설, 판타지소설 등?)의 장르소설의 기준은 황금드래곤 문학상이 세우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작가는 물론 독자입장에서도 고마운 상이라 하겠다.

사실 최근에는 웹소설, 그 중에서도 무협소설의 그 아찔한 도파민에 중독되어 종이책을 덜보게 되는데, 시장 규모가 커서 그런지 무협이든 판타지든 재능있는 젊은 작가들은 다 웹소설로 가나 싶을 정도로 최근 작가들의 필력이 장난없다.

다만 웹소설은 그 수익 구조와 댓글이라는 양방향 체제덕에 작가의 철학을 진득하게 풀어내기 어렵기에 때론 그 도파민 과잉에 지쳐 문학작품만이 줄 수 있는 그 어떤 울림이 그리울때가 있다. 마치 폴오스터의 작품을 처음봤을때같이.

이 작품집은 그런 의미에서 재미와 의미의 조화라는 큰 장점을 가진다. '장르'문학상이지만 장르'문학'상 이기에 기본적으로 수록 작품들의 문학성이 상당한 수준이다. 게다가 순문학과 달리 미스터리부터 sf, 판타지라는 장르적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에 재미역시 기본 장착이다.

대상수상작이 아닌 본심 진출작이라 그런지 개인적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수록작들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기보단 어딘지 부족하지만 놀라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살아숨쉬는 날것의 매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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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안 사이코
버지니아 페이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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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건조하지만 강렬한 제목이 내용 그 자체인, 강렬해 보이는 표지가 오히려 내용보다는 훨씬 순한맛인 리얼 트루 오리지날 사이코패스 블랙 코미디다.

이 책을 읽다보니 사이코패스를 심도깊게 다루기에는 오히려 영화보다 책이 더 적절한 매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나라한 살육 장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제3자적 시각에서 두어시간 고통?받으면 끝이지만, 사이코패스의 독백을 듣고 머릿속에 들어가 그 생각을 따라가야되는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영혼에 영구적 손상을 입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살육에 이르는 병'같은 사이코패스 주인공 소설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빅토리안 사이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변태적이고 미친 또라이 살육쇼 이야기임에도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을 뿐더러 묘하게 (아니 상당히) 몰입감이 있었다.

이는 이 작품이 취하는 독특한 접근법- 즉 윤리의식도 전혀없고 감정을 못느끼는 데다 환상,환각,환청까지 경험하는 전지적 사이코 시점과 '죽을만 했다'고 까지 느껴지는 왜곡된 사회상이 불러 일으키는 블랙 코미디적 씁쓸함의 환상적인 조화-덕분인듯 하다.

즉, 주인공은 거의 모든 생각과 독백에서 남을 다치게하고 살해하고 싶음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심지어 별다른 위기 없이 실행까지 하는데, 그 진행과정 중에 어떠한 윤리적 긴장감이나 불안감을 드러내지 않기에 독자가 느끼는 도덕적 윤리적 불편함이나 거부감이 생각보다 적다.

독자는 오히려 이 사이코가 무슨 행동을 할지 점점 궁금해지는데, 주인공의 잔학한 행동들은 놀랍게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빅토리아 시대 귀족들의 오만과 위선, 비윤리성을 깨부수는 권선징악의 절대펀치처럼 느껴진다.

결국 할걸 다 끝내고 담담히- 아니 역시 일관되게 아무 감정없이- 스스로의 최후를 바라보는 깔끔한?결말까지 도달하게 되면, 번역가가 죄스런 마음이 든다고 고백한 길티 플레저의 느낌보단 잘 짜인 부조리극이나 인간 본성의 위선과 잔인성을 잘 표현한 일종의 우화(파리대왕 같은?!)를 본 느낌이 든다.

글을 이렇게 쓸수도 있구나 (심지어 작가는 감사의 말에 '○○○를 위한 책인데 이런 책이어서 미안해'라고 한다!!) 싶은, 놀랍도록 사악하고 잔인하지만 그만큼 재미도있고 의미도 있는 (다만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듯한) 걸작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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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든 두려움
알렉스 핀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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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스스로 '구식으로' 썼다는 말처럼,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최근에 찾아보기 어려운 스타일의 작품이다. 수많은 단점아닌 단점들을 압살하는 한방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구성을 칭찬하는 번역가의 말과 달리 이 작품은 최근 눈이 부쩍 높아진 한국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어필할만한 참신한 구성이나 놀랄만한 반전, 서술트릭이나 특수설정같은 그 어떠한 기교도 없다.

심지어 등장인물들이 다 평면적인데다 (대체 왜 나오는지 모르겠는) 주인공의 친구 그룹들은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몰아봤다고 고백한 넷플릭스 드라마들에 흔히 나오는 평범한? 다인종-다구성? 틴에이저 친구 그룹에 불과하다.

계속 까서 좀 미안하긴 한데, 번역가의 말과는 또 달리 수많은 복선들이 회수되지도 못했으며, 큰 음모의 냄새를 풍기던 사건의 본질이 단순한 클리셰에 불과했다는 점과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식 마무리 (악인과 총으로 대결 후 경찰이 오고 그간의 문제가 다 해결!) 역시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등장인물, 설정, 배경, 플롯, 구성 그 모두 '다 어디서 본듯한' 올드 스쿨 클리셰들이라, 또 한번 미안하지만 번역가의 말과 달리 데뷔작의 냄새가 풀풀 풍긴다.

하지만, '어쨌든 막은' 마무리 투수처럼, 장르소설은 '어쨌든 재밌으면' 된게 아닌가. 이 책은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놀라운 글쓰기 능력 덕에 상당히 재밌다.다 아는 얘기고 알것같은 결말인데, 어서 빨리 다음 챕터,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싶게 만드는 스토리 텔링이라는 묵직한 한방을 가진 작품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자극적인 소재나 생각지도 못한 트릭과 구성으로 승부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킹 할배처럼 오로지 '이야기의 힘'으로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영상으로 부터 종이책으로 끌어오는 흔치 않은 작가 될 수 있을지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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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밤의 여자들
세라 페카넨 지음, 김항나 옮김 / 반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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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전형적인듯 하면서도 독창적인 영미식 도메스틱 심리 스릴러다. Gone Tonight 이란 원제목과 번역제목을 보니 '나를 찾아줘'가 생각났는데, 또한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점은 '정상적인' 주인공들간의 심리 적 긴장감을 그린다는 점과 그 주인공들이 부부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관계인 '엄마와 딸'이란 점이다.

보통의 도메스틱 스릴러들이 남녀간 신체적 능력차이에서 오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에 대한 공포를 그렸다면, 이 책이 자아내는 긴장감의 대부분은 딸에게 숨겨왔던 엄마의 과거 비밀과 그 비밀을 숨기고 거짓말을 해온 엄마를 믿을 수 없게된 딸의 심리상태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엄마 루스와 딸 캐서린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될수록 독자마저 엄마가 혹시 괴물(사이코패스)은 아닌지 믿을수 없는 화자인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혼란의 지점이 훌륭한 심리 스릴러와 답답한 통속 소설?을 가르는 경계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정신이 불안정한 주인공들이 스스로는 물론 독자까지 카오스 상태로 몰아가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는 대부분의 '심리 스릴러'를 매우 안좋아하는데 이 책은 이 혼란을 현명하게 빠져나간다.

즉, 엄마가 해온 이상한 행동들이 단지 정신적인 불안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충분한 개연성이 있음이 밝혀지고, 각종 복선들도 준수하게 회수되면서 다소 할리우드식이긴 하나 사이다스러운 괜찮은 결말을 보여준다. 결말이 통속적이라 미안했는지 서늘하게 더한 에필로그의 킥도 좋았다.

작가의 뛰어난 필력덕에 술술 잘 읽히는 준수한 스릴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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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A 그리고 좀비 - 제9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배예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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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내 앤솔러지이자 단편집이 황금가지에서 (고맙게도!) 계속 출간하고 있는 ZA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다.

좀비 자체는 징그럽기도 하고 그닥 새롭지도 않아 별로 안좋아하는데, 좀비로 인해 만들어지는 아포칼립스 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의 분위기와 사회상이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있는 필치로 그려지는 점이 매번 새롭고도 재밌다.

특히나 재밌게 봤던 지난 7, 8회 수상 작품집 '좀비 낭군가'를 포함한 이전 작품들이 전통적?인 좀비 영화, 소설의 문법에 따라 사건 발생 이후의 사회상이자 인간 군상들의 어떤 외형적인 모습을 엔터테인먼트에 중점을 두고 긴박하게 그려냈다면, 이 작품집은 거의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느낀 이 작품집의 테마는 '인간'과 '가족'이다. 책에 실린 네 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좀비 발생이후의 사회적 혼란을 그리기 보단 그 사건으로 인해 드러나는 인간성 상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기존의 다양한 작품들이 좀비 발생 이후에 뒤집어진 사회의 문법덕에 인간성이 '잠시'훼손되었다 (해피엔딩을 통해) 복구되는 과정을 그린다면, 이 작품집은 이미 이 잔인한 사회 속에서 상실되어버린 인간성(우리는 그런지도 인식하지 못한)의 민낯이 좀비라는 촉매제 또는 매개체를 통해 불편하게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깊은 고뇌가 이 작품집의 독특한 개성이다.

액션 스릴러 영화라면 좀비에 물린 또는 좀비떼에 같혀 뒤처진 가족에 대해 오열하고 슬퍼하긴해도 그 슬픔은 잠깐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되므로' 훌훌털고 나간다면, 이 작품집에선 좀비가 된 이후에 그렇게 쉽사리 털어버리지 못한, 남겨진 가족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요구한다.

네 개의 작품 모두 이런 깊은 철학적, 문학적 고민을 바탕으로 쓰여져 있기에, 채 200페이지도 안되는 작은 책이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무거울 뿐 아니라 가독성이 그리 높진 않다.

얼마전 읽었던 '괴물 요리사'가 엔터테인먼트적 관점에 충실하면서도 한 사건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신선한 시도를 했다면, 이 작품집은 보다 문학적 충실도를 높인 입장에서 다양한 사건을 하나의 시각으로 분석한듯한 느낌을 주었다.

더이상 좀비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 현실에서 다른 의미로 놀라움과 새로움을 준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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