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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안 사이코
버지니아 페이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6월
평점 :
#서평단
건조하지만 강렬한 제목이 내용 그 자체인, 강렬해 보이는 표지가 오히려 내용보다는 훨씬 순한맛인 리얼 트루 오리지날 사이코패스 블랙 코미디다.
이 책을 읽다보니 사이코패스를 심도깊게 다루기에는 오히려 영화보다 책이 더 적절한 매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나라한 살육 장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제3자적 시각에서 두어시간 고통?받으면 끝이지만, 사이코패스의 독백을 듣고 머릿속에 들어가 그 생각을 따라가야되는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영혼에 영구적 손상을 입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살육에 이르는 병'같은 사이코패스 주인공 소설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빅토리안 사이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변태적이고 미친 또라이 살육쇼 이야기임에도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을 뿐더러 묘하게 (아니 상당히) 몰입감이 있었다.
이는 이 작품이 취하는 독특한 접근법- 즉 윤리의식도 전혀없고 감정을 못느끼는 데다 환상,환각,환청까지 경험하는 전지적 사이코 시점과 '죽을만 했다'고 까지 느껴지는 왜곡된 사회상이 불러 일으키는 블랙 코미디적 씁쓸함의 환상적인 조화-덕분인듯 하다.
즉, 주인공은 거의 모든 생각과 독백에서 남을 다치게하고 살해하고 싶음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심지어 별다른 위기 없이 실행까지 하는데, 그 진행과정 중에 어떠한 윤리적 긴장감이나 불안감을 드러내지 않기에 독자가 느끼는 도덕적 윤리적 불편함이나 거부감이 생각보다 적다.
독자는 오히려 이 사이코가 무슨 행동을 할지 점점 궁금해지는데, 주인공의 잔학한 행동들은 놀랍게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빅토리아 시대 귀족들의 오만과 위선, 비윤리성을 깨부수는 권선징악의 절대펀치처럼 느껴진다.
결국 할걸 다 끝내고 담담히- 아니 역시 일관되게 아무 감정없이- 스스로의 최후를 바라보는 깔끔한?결말까지 도달하게 되면, 번역가가 죄스런 마음이 든다고 고백한 길티 플레저의 느낌보단 잘 짜인 부조리극이나 인간 본성의 위선과 잔인성을 잘 표현한 일종의 우화(파리대왕 같은?!)를 본 느낌이 든다.
글을 이렇게 쓸수도 있구나 (심지어 작가는 감사의 말에 '○○○를 위한 책인데 이런 책이어서 미안해'라고 한다!!) 싶은, 놀랍도록 사악하고 잔인하지만 그만큼 재미도있고 의미도 있는 (다만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듯한) 걸작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