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설정의 K-미스터리. 몇년전부터 우리나라 미스터리들을 읽을땐 설정이 진부하거나 플롯이 치밀하지 못하거나 끝맺는 힘이 약한 등 아쉬움이 느껴지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좋은책들이 많이 나오는것같다. 일단 설정자체가 매우 신선하며 작가의 필력도 좋다. 특히 일본 소설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매우 선하고 긍정적인 주인공들덕에 살인 방화 등 불편한 소재를 보다 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해준다. 뜬금 종교적 색채가 있긴한데 과하진 않다.
역자의 말처럼 단순한 미스터리도 청춘소설도 아닌 뭔가 더 아련하고 가슴벅찬 소설. 류에서도 느꼈던 작가의 역량이 다시금 발현된 걸작이다. 연쇄살인마의 과거의 비밀을 풀어내는 미스터리인줄 알고 시작했는데, 막상 책장을 덮고 나니 떠오르는건 오래전 내 꿈결같던 어린시절과 학창시절 찬란하게 비치던 오후 햇살이다...
폐쇄적이고 적대적인 일본 산골마을의 답답함과 그 무거움 속에서 발버둥치는 이방인의 처절함이 읽는 내내 진득하게 느껴지는 소설. 그간 봐왔던 경시청 간부들 위주의 경찰소설이 아닌 파출소 순경의 삶을 치밀하게 묘사해서 그 막막함을 더한다. 스토리텔링적 재미는 분명 충분한데 반전까지도 카타르시스를 불러오기보단 무거움을 더하는 식으로 설정되어 읽는 내내 답답했다. 스완에서도 느꼈듯이 호락호락한 작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