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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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5개의 장이자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은 뒷장이 앞장의 꼬리를 물고 진행되는 긴밀한 연결성을 보여주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주제의식과 큰 이야기 흐름을 완성하는 치밀한 구성력을 자랑한다.

특히, 판타지 소설의 핵심인 '세계관'이 너무나도 잘, 꽉 짜여져 있어 보는 내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본적으로 21세기 한국사회의 각종 병폐에 대한 통찰력 있는 고찰을 바탕으로 '마력'이 존재하는 세계관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덧씌워 놔서 이야기 전개에 전혀 위화감이나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대학생활의 풋풋한 재미와 치밀한 빌드업의 시작을 보여주는 1장, 프로야구 선수를 다룬 2장 및 미션임파서블 급의 잠입액션과 마법전투를 보여주는 스릴만점의 4장 등 작가의 치밀한 조사와 놀라운 필력으로 구현된 각 장마다 볼거리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무엇보다 책뒤에 나온 소설가 이유리의 추천사인 '흥미진진한 세계관 속에서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을 번갈아 조명함으로써 전하는 서사적 재미, 그리고 그 끝에 남는 씁쓸한 뒷맛'이 좋다.

이 씁쓸한 뒷맛은 마지막 5장 '핏빛 귀환'의 사이다적, 히어로물적 결말과 더해져 현실에 좌절한 염세주의자가 마시는 독주의 쓴맛이 아닌, 고급 와인이 주는 타닌의 떫은맛 정도로 승화된다. 비록 21세기 한국의 현실은 다소 떫고 쓰긴하나 작가가 작품을 통해 그려낸 '사람'이 주는 희망이라는 고급진 향기가 있기에..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크게 호불호를 탈 설정도 없어 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남기를 기대하고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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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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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에 대한 완벽한 탐구, 치밀한 구성, 한시도 긴장을 늦출수 없는 스토리'라는 책날개의 자평처럼 이 책의 가독성과 재미는 두말하면 입아프다.

책은 주인공 벤이 아내의 불륜을 알게되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1부, 자신의 죽음을 조작하고 성공시킨후 자신이 살해한 게리 서머스를 사칭하며 도주하는 2부, 몬태나에 정착했다가 뜻하지 않게 사진작가로 대성공하여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하는 3부로 구성된다.

작가가 작정하고 빡세게 조사해서 쓴 덕인지 월가의 변호사, 사진작가, 신문기자 등 직업세계는 물론 플롯의 중추를 차지하는 사진기술과 카메라 장비에 대해 정성스럽고 치밀한 묘사가 작품 내내 등장하여 읽는 즐거움과 알아가는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

아울러 이 책은 스릴러적인 긴장감에만 집착하지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독자에게 미국전역을 여행하는 듯한 로드무비의 즐거움(2부)을 통해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몬태나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고 천재사진가로 성공하는 대리만족감까지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장점을 걷어낸 이 책의 기저에는 살인자의 완전범죄 성공기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개인적으로도 14년전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어쨌든 살인자이고 범죄자인데 너무 성공적으로 행복해지는게 아닌가, 정의구현이 되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불편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작가가 이런 독자의 불편함을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자가 너무 괴롭지는 않을 정도로만) 주인공의 죄책감을 군데군데 잘 표현했으며, 결말 역시 독특하고 그럴싸하게 잘 그려냈단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도 고전의 가치는 영원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명작을 너무도 예쁜 리커버로 다시 읽게되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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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걷어 차인 밤 - 단편 한 입
김창현 / 책보요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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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수작! 하드보일드 소설의 주인공은 늘 싸움을 잘할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심적으로는 물론 물리적으로도 걷어차인 주인공의 모습이 다소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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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 최첨단 과학이 제시하는 '사후 세계'의 가능성
다사카 히로시 지음, 김윤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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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도발적이고 흥미를 끄는 제목이 있을까?


메멘토 모리라는 유명한 말이 있듯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인류의 단 한사람이라도 죽음으로 부터 자유로울순 없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애써 무시하든, 종교에 귀의하든, 그냥 잊고 살아가든, 늘 죽음을 인지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든- 죽음의 공포에 대처하긴 하지만 각종 사건사고가 매일 발생하는 언론보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늘 죽음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기에 세상 어떤 주제보다도 두렵고도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주제가 죽음이나, 현대과학은 죽음이후의 세계를 절대적인 무, 공허로 간주하기에(책에서는 유물론적 사고라고 지칭한다), 죽음을 다룬 이야기들은 언제나 무섭고 슬프며 허무하다.


이 책은 그런 죽음을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는 죽음의 존재를 반박하면서 사후세계의 가능성을 주장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비과학자가 썼다면 흔한 종교 체험 고백이나, 허xx 총재식의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읽힐 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쿄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유수의 싱크탱크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연구한 작가는 본인의 지식과 체험을 바탕으로 '제로 포인트 필드' 가설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정립하여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사후세계의 가능성을 주장한다.


작가의 주장의 진위를 차치하더라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상당히 재밌다. 사후세계 설명에 대한 현대과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우리가 주변에서 (때로는 개인적으로) 많이 보고듣는 소위 '불가사의한' 사건이나 체험들을 작가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제시한다음 '제로포인트 필드'가설을 통해 이러한 수수께끼들을 풀이하려고 노력한다.


작가의 주장이 다 맞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인류 최대의 신비, 인간으로서는 대적할 수 없는 압도적인 공포에 맞서 책한권을 들고 돌진하는 돈키호테 같은 기개가 놀랍고 멋지다. '죽음론'에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재밌게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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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의 살인
모모노 자파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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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노벨스러운것 같으면서도 또 보다보면 나름의 멋이 있는것 표지에 스포수준의 적나라한 제목, 범상치 않은 작가의 이름이 더해져 지금까지 이런맛은 없었다! 느낌의 우주미스터리가 나왔다.

총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설정이 설정인지라 우주에서 클로즈드 서클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및 프롤로그 격인 짧은 1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3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2장에서는 1장의 도움을 받아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의 우주버전이 완성된다. 우주 호텔 '스타더스트'에 도착하자마자 우주선 기장이 목매달아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우주호텔 직원들이 지구로 도망가버리며 지구로의 통신수단이 끊어진다.

3장에서는 추가 살인이 발생하고 참가자들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마지막 4장에선 진범과 동기가 소개되는데 이 동기적인 측면이 다소 아쉽다.

작가의 글솜씨도 좋고 다소 과한 설명만 빼면 개연성에도 무리가 없는 좋은 설정인데, 미스터리적 기승전결이 약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작가의 창의성과 재기발랄함은 인정하니 후속작도 따라가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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