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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2월
평점 :
'등장인물에 대한 완벽한 탐구, 치밀한 구성, 한시도 긴장을 늦출수 없는 스토리'라는 책날개의 자평처럼 이 책의 가독성과 재미는 두말하면 입아프다.
책은 주인공 벤이 아내의 불륜을 알게되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1부, 자신의 죽음을 조작하고 성공시킨후 자신이 살해한 게리 서머스를 사칭하며 도주하는 2부, 몬태나에 정착했다가 뜻하지 않게 사진작가로 대성공하여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하는 3부로 구성된다.
작가가 작정하고 빡세게 조사해서 쓴 덕인지 월가의 변호사, 사진작가, 신문기자 등 직업세계는 물론 플롯의 중추를 차지하는 사진기술과 카메라 장비에 대해 정성스럽고 치밀한 묘사가 작품 내내 등장하여 읽는 즐거움과 알아가는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
아울러 이 책은 스릴러적인 긴장감에만 집착하지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독자에게 미국전역을 여행하는 듯한 로드무비의 즐거움(2부)을 통해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몬태나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고 천재사진가로 성공하는 대리만족감까지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장점을 걷어낸 이 책의 기저에는 살인자의 완전범죄 성공기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개인적으로도 14년전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어쨌든 살인자이고 범죄자인데 너무 성공적으로 행복해지는게 아닌가, 정의구현이 되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불편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작가가 이런 독자의 불편함을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자가 너무 괴롭지는 않을 정도로만) 주인공의 죄책감을 군데군데 잘 표현했으며, 결말 역시 독특하고 그럴싸하게 잘 그려냈단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도 고전의 가치는 영원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명작을 너무도 예쁜 리커버로 다시 읽게되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