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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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와 이라부 박사 사이의 그 어딘가에 서있는 골때리는 괴짜 여고생 나루세와 주변사람들의 이야기.

총6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나루세의 주변사람들의 시점에서 그녀와 관련된 추억을 쌓는 5개의 에피소드와 나루세 본인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마지막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그야말로 괴짜란 말이 잘 어울리는나루세는 작중 표현대로 '롤플레잉 게임의 마을사람 말투(다나까)'를 쓰고, 2백살까지 살 것이라 선언하며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운동, 식단, 칼같이 규칙적인 생활) 한다.개그의 정점을 찍겠다고 선언하면서 만담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과 행동 특이할 뿐 무해한 존재로서의 나루세는 의외로 공부도 운동도 다 잘하고 심성도 착한, 어떤 소설에서도 보지 못한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다.

괴짜 주인공을 내세우긴 하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놓고 괴짜/유머 일변도는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 성장-힐링 소설이나 '하야부사 소방단'같은 지역 공동체소설?에 가까운데, 고교생활의 풋풋함과 공동체의 따뜻함을 기반으로 간간이 피식-풋-낄낄이 훅훅 치고들오는 맛이 있는 상쾌한 책이다.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서스펜스나 자극적인 이벤트가 없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한호흡에 쭉쭉 읽히는 묘한 가독성을 지닌책으로, 무엇보다 읽고나면 기분이 좋다.

비록 나루세가 천하를 잡으러 가진 못했지만(책 말미에 본인도 허풍-허언을 인정!!), 연말 연초에 쌓인 내 짜증과 책테기의 어두운 기운은 확실하게 잡아줬다.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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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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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화 이슈 없이도 충분히 그 자체로 잘쓴 재밌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과학적, 기술적 설명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육체노동자 미키의 시점으로 설명해주기때문에 (그나마) 쉽게 느껴진다.

이 책의 장점은 sf가 아닌 서사에 있다.

'여가시간에 암 연구를 하고 대학원생들에게 양자물리학을 가르친다.'는 겸손해보이지만 무시무시한 저자소개를 볼때 과학 그잡채일줄알고 걱정했지만, 이 책은 '설정'보단 '스토리'에 집중하였기에 과학적 설명 부분을 흐린눈으로 넘겨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거의 지장이 없다.

오히려 일본소설처럼 400여 페이지를 27장으로 분절하여 서술하였고, 빠른 화제 및 장면 전환을 통해 상당한 가독성을 확보했다. 또한, 토착생물 크리퍼와의 대결을 통해 sf영화에서 보는 긴박감과 스릴을 느낄수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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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보다 더 눈부시게 웃어줘
김민정 지음, 진정부부 사진 / ㈜소미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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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육아, 힐링 서적이 먼저 길을 가본자의 어떤 우월함을 통해 뭔가를 가르쳐주려하려고 애쓴다면 이 책은 다르다.
'처음을 존중하는 마음' 을 얘기하는 저자는 부모도 아이도 처음이므로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함을 말한다.
전체적인 글 역시 이래야 성공한다가 아니라 '처음'의 과정에서 우리 부모는 이렇게 느꼈고 이 느낌을 너에게 얘기해주고싶다는 식으로 쓰여져 있어 부모의 진솔한 사랑의 마음이 잘 전달된다.
중간중간 사진까지 더해져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을 읽다보면, 육아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는 독자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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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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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과 이 시대의 마녀는 인간을 꿈꾸는 로봇이라는 근본주의 교회의 대립을 그린 이야기, 인간처럼 신화를 갖고 싶었기에 그 자신이 신화가 된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 명품 SF 스릴러.


전작 '노비스 탐정 길은목'에서 물리적, 공간적으로 확립되었고 이번작에서 철학적으로 완성된 탄탄한 세계관에 작가의 고급진 문장력과 아름다운 언어사용, 정중동의 운율이 느껴지는 차분하면서도 재기넘치는 문체가 더해져 그 어떤 작가와도 차별화되는 김아직 월드를 만들어 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탐정소설로 시작하여 스릴러의 서스펜스를 더한 진지한 미스터리에 '인간과 로봇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역시 진지한 SF 적 물음을 더했음에도 시종일관 재미를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작에 비해 신학적 묘사나 설명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서사의 재미에 보다 집중하면서도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보다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진다는 점에서 보다 원숙해진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를 등지고 루시는 다시, 무한을 향해 걸어갔다'라는 시적이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문장과 함께 마무리된 이야기 처럼, 무한히 확장되는 김아직 월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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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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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스 탐정 길은목을 너무 재밌게 봐서 이 책도 너무 기대됩니다! 고급진 문장력과 유머, 인문학적 지식과 감수성이 잘 조화된 김아직 작가님만의 글쓰기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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