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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옛글을 쉽게 읽을 수 있는 요즘 글로 옮겨서 책으로 묶어내는 경우가 늘었다.
문제는 옛글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일 텐데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일단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스'이다.
사람들이 귀한 돈을 주고 책을 사서 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옛날과 지금, 분명 사는 모습도 많이 바뀌고 생각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도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사람들이 수백 수천 년이 지난 뒤에도 고전을 뒤적이는 이유는
삶의 이 근본적인 흐름에 대한 어떤 통찰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자신의 경우에 비춰서 어떤 해결책을 얻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책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는 고전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카피는 자못 도전적이다.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위기의 시대 불안한 삶, 지금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사람들의 위기의식을 훌륭하게 조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느냐 하면 내 생각에는 '노'이다.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일반적이므로.
책문의 주제는 다양해서 국방에서 정치, 교육,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문제에 걸친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모두가 천편일률로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군주의 덕성에 대한 것이다. 모든 것은 군주가 마음을 바르게 가지고 나야 바로
될 수 있단다. 이런 도덕 교과서 같은 얘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냉혹한 현실에서
무슨 도움이 될까. 도덕이 필요하고 중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문제는 현실에 처해서 그 도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다시 고전은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고전이다.
그런 점에서라면 이 책은 충분히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 현실의 문제는 책을 읽는
이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읽는 이가 그 묘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현실은
바뀌는 것이니까.
그런 점에서 저자가 원문을 풀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펼친 부분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대개 맞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해당 책문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와 관련한 요즘 문제들을 다루다보니 생각이 깊이 익지 못하고 나온 듯한 글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고전을 고전으로서만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늘에 맞춰 다시 읽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라면 그것이 다소 풋익은 것일지라도 저자의 글은 가장 필요하고 책에서도 어찌 보면 엑기스 같은 부분이 아니겠는가. 이 부분이 필요하고 적절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움이 남아서 이렇게 적는다.
원문의 번역은 그야말로 물과 같이 매끄럽다.
문장을 더 이상 쉽게 풀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각주도 친절하고 정성스럽게 만든 티가 팍팍 난다. 저자가 책문을 전공한 분이고 앞으로도 책문을 묶어낼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좋은 일이다. 일반 독자가 읽고 자신의 수양에 참고해도 좋겠지만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런 책을 읽고 좀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앎과 실천은 일치할 때라야 진정한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