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자
배수아 지음 / 열림원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배수아가 전에 낸 책 몇 권 읽어보았지만 뚜렷이
인상에 각인된 책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 때문인지는
몰라도 인상이 강해보여서인지는 몰라도 무척 개성적인
작가라는 느낌을 준다.(글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이 책이 아마도 근래 나온 그녀의 책보다 더 잘 팔렸다면
그 이유는 분명 제목 때문일 거라고 난 생각한다.
'혼자 공부하는 사람'이라니 끌리지 않을 수 없지 않나.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 뒤에 뽑아놓은 구절도 그 제목과
잘 어울린다.

마흔 살까지는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버는 이외의 시간은
오직 혼자서 책을 읽으며 공부할 것이다. 마흔 살까지
나는 오직 공부에만 미칠 것이다. ...

이런 구절을 읽고서 책을 좋아하고 공부를 동경하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않을 도리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다 읽고 난 나의 감상은 그 구절만 맘에 든다.
이 책은 초반에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토마스 만의
만연체를 시도한 점이나 헤세를 연상시키는 성장소설
같은 느낌, 다소 특이한 반(反) 운동 후일담(이런 식의
표현이 가능하다면) 한때 문단에 80년대 운동했던
사람들의 후일담 소설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겉으로 보기에는 당시
대학의 주류(?)였던 운동권 학생과는 거리가 멀다.

배수아는 이 글을 왜 쓴 걸까.
내가 알기로 그녀는 공무원이라서 글을 쓰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라고 하려고 하다가
자료를 찾아보니 직장을 그만두고 독일로 공부하러
갔다고 한다.

아, 지금 자료를 뒤지다가 재밌는 걸 하나 발견했다.
배수아의 팬인데 배수아의 특징이 오문 또는 비문이라고
한다. 이거 재밌네.

암튼 다 읽고 난 지금 좀 아쉽다. 차라리 내가 앞에
적어두었던 그 내용과 분위기로 갔으면 훨씬
좋았을걸. 누군가 그런 글을 써줬으면 좋겠다.

참 그리고 독학자를 생각하면서 철학박사
강유원을 떠올렸다고 말해주겠다. 그가 40세가
지났을 때 어쩌면 강유원 같은 사람이 돼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나. 물론 강유원은 대학원에서 박사까지
마친 사람이지만.

배수아가 전에 썼던 글은 분명 나와는 별로 코드가
맞지 않을 거 같다. 그러니 그녀의 글을 읽는 것은
앞으로 자제하겠다. 읽을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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