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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중국기
정길화.조창완.박현숙 지음 / 아이필드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1색
정길화 피디
방송국 피디에 대해선 나도 조금 안다. 나도 방송일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영부영 한 2년을 했는데 짧지만 내가 느낀 것은 방송은 넓고 다채로워 보이지만 깊이가 얕고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방송의 경우에 적당한 표현은 아니다.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합리적인 투자와 시간과 공을 들인 방송물과 그 방송물을 제작한 사람들은 논외로 하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송환경에서 제대로 된 방송물(방송물하니까 전체를 다 싸잡아서 말하는 것 같아서 정정을 해야겠다. 다큐프로로)은 없다고 본다. 짧은 제작기간, 부족한 돈, 부재한 시스템 등등 때문에 우리나라의 간판급 다큐프로라 할 KBS일요스페셜을 보면 능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중파 방송이 그럴진대 외주제작 프로덕션은 말할 나위도 없다. 방송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방송이라는 찬란한 외피에 홀린 수많은 젊은이들이 달겨들었다가 거품이 가라앉은 현실을 바라보면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뭐 반드시 같지는 않지만 나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래도 KBS, MBC, SBS같은 방송국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잡설이 길었다. 방송국 피디가 중국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방송인의 관점에서 써놓은 글치고는 여러 가지 참고할 내용들이 있다. 그래도 역시 얇기는 하다. 나이에서 느껴지는 문장도 다소 고루한 느낌을 주었다. 중국에 처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권할 만하지만 조금 깊이 알고 싶은 이에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한국 티브이 다큐에서 볼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수준이다.
2색
조창완 중국 전문 프리랜서
단연코 이 장에서 가장 재미있는 꼭지를 고르라면 처음 나온 조창완의 인생 역정이야기를 꼽겠다. 어떻게 중국 전문 프리랜서로 동분서주 활약하게 되었는지가 잘 나와 있다. 기자 출신이라서인지 다분히 취재적 욕구 같은 것이 눈에 뜨인다.
창장 강이나 임시정부를 역사를 따라간 것이나 고구려 관련글이나 중국의 미래 같은 꼭지들은 글은 다 개별적으로 쓴 것이겠지만 모을 때 나름대로 선후 구성을 맞추고 시의성을 따져서 편집한 것 같다. 중국 관련 콘텐츠에 대한 조창완의 욕심이나 사업 구상 같은 것은 의미심장하고 주목할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그가 이제껏 취재하면서 수집하고 모은 자료들은 분명 엄청난 자료가 될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중국과 관련한 자료를 제대로 수집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의 시야가 좁았거나 그 사람이 노출되지 않았거나 둘 중의 하나이더라도 조창완이 가진 이력이나 시장성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3색
박현숙
중국사회과학원 박사과정 겸 기자
3색 중에서 제일 내 취향에 맞았다. 사람 얘기를 담뿍 담고 있으니까. 아마도 세 사람 중에서 가장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사람 얘기를 들으려면 그 사람하고 깊이 얘기할 수 있는 정도의 어휘구사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힘드니까 말이다.
박이 쓰는 모든 글은 그 자신이 만난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니까 중국의 신세대는 자신이 잘 아는 한 친구를 통해서 보는 셈이고, 중국 경극배우도 마찬가지 자신의 한 친구를 통해서 이뤄진다. 야오제 얘기도 마찬가지. 그러니 접근하기 쉽고 술술 넘어간다. 재미가 있으면서도 감정을 담기도 좋다. 아는 사람의 이야기니까.
3인 토론기가 뒤에 붙어 나오긴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던 내용과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생략한다.
이 책은 우선 중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두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