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사라진다면 - 2023년, 영어 식민지 대한민국을 가다
시정곤·정주리·장영준·박영준·최경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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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수수께끼>란 책이 있다. 그 책은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낸 일종의 한글의 역사서이자 이론 입문서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 텐데 그 책을 읽고 나서 이런 책도 상품이 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읽히는구나 하고 감탄하고 그 저자들의 면모에 대해 궁금해 한 적이 있다.

이 책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은 그 2탄쯤 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이 무슨 스터디 모임 같은 것을 만들고 같이 프로젝트 작업을 한다고 했다. 한글을 가지고 이런 대중적인 글쓰기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 무척 고무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생산은 아마도 최근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읽는 인문서의 바람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소재를 선택하고 그 소재를 풀어내는 것은 적당한 필자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인 바. 저자들의 노고와 발랄한 아이디어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글쓰기 형식에서도 색다른 형식을 취한다. 말하자면 SF적 글쓰기인데 현실에 얻을 수 있는 자료를 근거로 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경종을 울리는 방식이다.

글은 무척 쉽고 잘 읽힌다. 결국 현실에서 도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료를
뽑아서 분석하고 그 분석의 토대 위에서 한글이 소중하다고 주장하고 한글은 우수하기 때문에 결국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식의 낙관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결국 결론은 한글을 소중히 가꾸고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중간중간에 내비치는 여러 가지 한글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 이를테면 컴퓨터 인지언어학적 측면에서 한글이 세계적으로 크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정보는 무척 유용하고도 자극적인 것이었다.

세계 유수의 언어학자들이 공히 한글이 과학성과 창조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보통 언어의 창조과정이나 기원이 알려져 있지 않은 데 비해 한글은 '세종'이라는 분명한 창제자도 있고 여러 가지 과학적이고 인문적인 연구 과정을 통해서 창제되었다는 점 등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글을 소재로 한 대중적인 글쓰기 작업, 그리고 분명히 그 소구 독자층이 있다는 것. 매력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한글을 다룬 책답게 오타나 비문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결론까지 읽고 나서는 좀 허무했다. 뭔가 땅 하고 때리는 결론을 내려줄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좀 섭섭했다.  뒤의 부록에 나오는 복거일과 관련한 영어 공용화 논쟁을 좀 핵심적으로 다루고 다른 기사들은 좀 따로따로 묶었으면 더 집중적으로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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