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의 모모
야마모토 켄조 지음, 박혜진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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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의 힘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의 일을 다루는 책들이 종종 나오긴 하지만 그것은 거의 우리 입장에서 본 그 나라쯤이 되기 마련인데 이건 좀 뭐랄까. 보편적인 입장에서 다룬다. 그만큼 일본이 오지랍이 넓다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경제력도 경제력이지만 관심 범위가 그만큼 넓다는 얘기도 된다.

책 제목에서 금세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벌어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썼다. 장르로 치자면 어른들을 위한 우화라고나 할까. 모모라는 고양이가 등장하고 모모라는 어린 소녀, 비비라는 소녀의 동생, 그리고 그 가족 아빠, 엄마, 오빠, 누나가 나온다. 그리고 모모의 소년친구.

결국 전하려는 메시지는 전쟁은 참혹하고 흉폭해서 개인의 존재를 파괴한다는 것. 그러니까 제발 좀 싸우지 좀 말란 얘길 거다. 전쟁의 참혹함은 겪은 사람이 아니고선 알 수 없다. 전쟁의 역겨움을 느끼게 하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호소력이 있다. 저자가 NHK특파원을 했다는데 기자가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일본 특유의 귀여운 느낌도 있다. 고양이의 말투라든지, 가지고 있는 정서랄까 하는 것. 하루키의 작품 속에 나오는 중간중간 들어간 삽화는 근데 좀 무섭다. 책 내용과는 묘하게 일치되는 듯 안 되는 듯. 큰 부담 없이 금방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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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와 일화로 보는 꽃의 중국문화사
나카무라 고이치 지음, 조영렬.조성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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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이야기>랑 비슷한 분위기의 표지다. 표진 무척 곱다.
뿌리와 이파리에서 내는 시리즈물인가.

이 책은 사실 중국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만 보고 그냥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지만 사실 그닥 재민 없다. 중국에도 꽃말이란 게 있었구나, 하는 것. 그 꽃이란 게 어떤 사람이나 역사적인 소재랑 관계가 있구나 하는 것. 근데 이 꽃이란 소재가 한족의 것이라기보다는 소수민족의 것이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앞의 꽃은 말하고, 풀은 얘기한다 라는 총론격의 글이 나오고 그 뒤는 다 각론으로 들어가서 각각의 꽃과 관련된 스토리를 적는다. 물론 성격상 대부분 실제의 이야기라기보단 이전에 씌어졌던 책들에서 발췌하고 인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필요할 때 참고 정도는 되겠다.

이런 류의 책이 중국에는 거의 없거나 거의 초기단계라고 일본 필자는 쓰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런 책도 내다니.. 참.. 중국과 관련이 되면 이제 팔린다는 건가? 내가 보기엔 중국과 관련되어 경제쪽에선 관심을 좀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중국의 문화 관련해선 아직도 황무지다. 개척해야 할 요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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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15
허균 지음, 허경진 옮김 / 책세상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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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요즘의 대여점 같은 곳이 있었던가 보다. 하긴 사람 사는 곳이 고금을 통틀어 어느 곳이건 비슷하지 않겠어. 이 책은 조선말기에 돌았던 세책본(貰冊本)이다. 말 그대로 빌려주는 책. 이 판본이 번역된 것은 처음이라는데 부끄럽게도 이 책의 원본이 일본의 '동양문고' 중의 1권이다. 일본의 문고가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옮긴이 허경진 선생은 연대 국문과 교순데 그간 조선의 글에 관심을 기울이고 쓴 책이 부지기수다. 평민사에서 낸 한국의 한시 시리즈를 선생이 거의 혼자 내다시피 했고 조선시대의 출중한 문인 대부분은 대개 다룬 것 같다. 선생이 그중 특히 애정을 가진 사람이 허균이었다고 한다.

홍길동 하면 다들 안다고 하겠지만, 그 이름을 알고 그 이야기의 대강을 들어 알 뿐이지 정작 원본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의 대강은 비슷하지만 이 판본에는 홍길동이 나중에 조그만 섬에 들어가서 율도국을 세운 것이 아니고 율도국이란 나라가 원래 있었는데 그 나라의 왕이 패악무도하여 홍길동이 의병을 이끌고 혁명한 뒤 태평천국으로 다스렸다는 얘기다. 세책본이라 흥미위주였다고 하고 필자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정작 허균이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서얼도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의 건설'이었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에 대한 얘기를 잠시 더 해보자. 특이하게도 뒤에 필자가 허균과의 가상대담을 붙여둔 것이다. 이 형식은 미시사 연구로 유명한 백승종 교수가 가상으로 하서 김인후와 나눈 대화 형식으로 썼던 <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의 형식과 다르지 않다. 이 구상이 편집자에게서 나온 것인지 필자에게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또 한 가지 부록은 허균의 일대기인데 그 정리가 일목요연하게 간략하게 풀면서도 흐름을 가지고 있어서 허균이란 사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사실 난 본문보다도 부록이 더 재미있었다. 책세상의 책은 언제 보아도 교정 상태가 훌륭하다. 기본이 돼 있다. 이 책은 옛 한글소설을 현대어로 바꿨다. 한문을 알 줄 아는 이들이 펴내는 책들을 보면 항상 한문을 공부해서 이것저것 읽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는데 부럽고 다른 경계를 바라볼 수 있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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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사회 카이로스총서 1
김만수 지음 / 갈무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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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수. 이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다소 반어적이고 뒤틀린 글쓰기도 소구력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논문 같은 글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게 써내는 능력이 발군이다. 이런 능력은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무엇을 쓰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아울러 자기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 예측도 필요하다. 김만수는 이 두 가지를 잘 충족시키고 있다.

그는 '실업'의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조단조단 짚어나간다. 논문을 제외하곤 이렇게 많은 표를 가진 책을 난 이전에 읽은 적이 없거니와 이렇게 흥미롭게 읽은 적도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는 자료를 사용하면서 자신이 왜 이 자료를 사용하고 분석하고 있는지 자신이 하는 분석에 어떤 문제점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런 합리적인 설명 과정을 통해서 그가 내리는 결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률은 끊임없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실업사회에 대한 대안은?
그가 내린 나름의 대안이 난 흡족했다. 그는 큰 것을 말하지 않는다. 작은 것.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뭐 뭉뚱그려 얘기하면 사회적 연대를 회복하자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주변에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참여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한다. 그렇게 연대하다 보면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말이다.

이 책에 붙어 있는 보론을 난 보론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건 외려 그가 이 주제에 천착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취업자들이 사이트에 올려놓은 자신들의 얘기. 그 얘기들은 하나같이 절절하고 현실적이어서 가슴을 울린다. 이 울림이 김만수에게 이 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줬을 것이다. 오랜만에 읽은 사회과학서적이었고 읽고 나서 뿌듯했다. 실업 잠재가능성을 지닌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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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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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는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작가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작가라고 한다. 난 몰랐다. -.-" 검색해 보니 그의 작품이 여러 편 나와 있는데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이 첫번째 단편소설집만 유난히 더 팔린 이유는 문학동네의 인지도, 문학동네가 하는 광고, 그리고 아마도 곱게 만든 보랏빛 표지의 탓이 아닐까 싶다.

소개에 보면 그를 체호프의 계승자이면서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설명하고 있다.
내가 이해하기로 체호프는 단편의 대명사이고 미니멀리즘이란 작고 소소한 데 '집착'한다기보다는 집중하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22개 단편의 목록만으로 능히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짐작이 가능하다.

그의 글은 무척이나 하찮고 허무하고 울적한 데다가 난데없기까지 하다. 다소는 어색한 번역투의 문장에서 오는 싱크로율이 떨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의 살아온 이력만큼 하층민의 삶을 질박하게 다루고 있어서 어떤 번뜩임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걸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미국에서 그렇게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사는 사람도 있고 걔들도 사람인만큼 우리와 비슷한 감정이나 사고방식, 행동유형을 보인다는 데서 사람 사는 데는 결국 다 꼭 같구나, 하고 느꼈다. 이 사람 외모는 미국 토크쇼 진행자 중에 턱이 많이 나온 사람을 좀 닮았다. 이름이 뭐더라.. 그 사람보단 좀 샤프한가?

문학동네에서 카버의 소설을 전집으로 낸다고 한다. 카버가 쓰는 글이 주는 느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 같긴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점점 더 느껴버리고 있다. 점점 인생의 쓴맛을 보기 시작하고 있는 건가. 나. 삶이 주는 소슬함이나 삭막함이나 적막함 같은 정서. 하지만 나쁘진 않다. 세상이 즐거움이나 기쁨 같은 밝은 정서로 채워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반대 정서에 입각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세상을 손쉽게 잘사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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