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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상식사전 - 역사와 문화, 이야기로 즐기는
이기태 지음 / 길벗 / 2017년 4월
평점 :
술을 즐겨 마시는 편이다. 간단한 치맥부터 소주와 막걸리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시간과 장소도 불문하고 마실 때도 있다. (그렇다고 과하게 마시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싶다) 이른 아침 비행기 안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둘이거나 혼자이거나 가리지 않고 맥주나 와인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술에 대해 이래 저래 관심을 많이 갖는 편이지만, 요즘 특히 와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요즘 다양하고 저렴한 와인을 마트에서 아주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단 두 잔 정도면 발끝까지 따스함이 전해져서 좋고, 혼자 마셔도 구질구질해보이지 않아서 좋다. 그러다보니 여행을 가서도 매일 와인 한 잔 하고 자는 일이 자주 있다.
<와인 상식사전>을 읽으면서 마시는 와인 한 잔, 그리고 잘 어울리는 소시지와 스트링치즈
그런데 와인은 다른 술과는 달리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술이다. 처음에는 와인이 뭔가 좀 있는 사람들이나 마시는 술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우선 이름부터 익숙해지기 힘들었고, 단 몇 종류인 소주와 맥주와는 달리 왜 그렇게 종류도 많은지 어려운 술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쉽지도 않고 친근하지도 않은 술이 매일 이렇게 내 곁에 있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저렴해진 가격과 어디에서도 살 수 있게 된 데 있다. 그리고 이렇게 와인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 있어서 가능하다.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 읽었다. <와인상식사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비단 미학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다. 와인에서도 이 말은 너무 적절한 말이다. 와인은 정말 아는 만큼 잘 즐길 수 있는 술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듯이 '알고 마시면 두세 배 더 맛있는 와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간단히 몇 가지 와인에 대한 정보를 알기만 하면 된다. 우선 기본적인 매너(와인잔 어디를 잡아야 하지? 건배를 할 때는 어느 정도의 세기로 해야 할까? 원샷을 해도 되나? 두 손으로 따라야 하나? 등)와 와인의 종류(색과 맛과 원산지를 통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레이블 읽는 법, 그리고 또 하나 어울리는 음식(마리아주:뭐 이렇게 고급진 단어를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알면 뭔가 있어보이기는 하다) 그리고 와인에 얽힌 사회적, 역사적 에피소드는 와인을 더 맛있게 그리고 술자리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와인은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술이다.
이 자리에 어울리는 와인이야기를 안다면 더욱 즐겁지 않을까?
작년에 프랑스와 스페인 여행을 했다. 배낭을 메고 발고 걷는 여행이라 저녁이 되면 몸은 힘든데 잠을 쉽게 오지 않는 고단한 일정이었다. 시끄럽고 낯선 방에서 자는 잠은 한 잔의 술을 필요로 했다. 그 시작은 바로 파리로 가는 에어프랑스 안에서였다. 승무원이 전해주는 작은 병의 화이트와인은 긴 비행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주었다. 비행의 절반을 꿀잠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여행에서 매일 마셨던 서로 다른 종류의 와인들은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마트를 찾아 매일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사들이게 했다. 마시다 보니 알게 되고 알게 되니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
<와인 상식사전>은 일상의 와인을 고르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와인잔은 어디를 잡아도 괜찮다. 단 차가운 와인(화이트와인,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손의 온도가 와인에 전해지면 맛이 떨어지니 다리 부분(스템stem이라고 부른다)을 잡는 게 좋다. 와인은 소주가 아니니 원샷은 안된다. 누군가 와인을 남겨두었다면, 그만 마시고 싶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와인잔으로 건배를 할 때는 가볍게 터치한다는 느낌으로 건배를 해야 한다.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를!' 을 염두에 두고 건배를 한다면 멋지지 않을까?
와인을 고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레이블'을 읽는 것이다. 프랑스 와인의 경우 맨위에는 와인의 이름이 그 밑에는 생산지역이 있다. 그 밑에 원산지와 등급이 있는데 이것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Appellation Medoc Controlee'라고 되어 있다면, '원산지 통제명칭' 중 최상위 등급으로 믿을만 한 와인이다. 그 아래 등급이 V.d.P(일반소비와인등급)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마시는 칠레 와인의 경우에는 주로 와인이름과 빈티지 포도 품종을 알 수 있다. 특히 보르도에서는 더 이상 재배되지 않는 카르메네르라는 품종은 칠레에서만 자라고 있다. 빈티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 큰 만족감을 주는 와인이다.
백년전쟁의 내막에 보르도 지역이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있다.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영국의 왕과 귀족들이 즐겨마시는 진상품이었다. 물론 와인 이것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기야 했겠냐만, '샤토 탈보'라는 와인은 영국군을 지휘하던 탈보 장군이 보르도에서 끝까지 항전하다 전사했는데 그를 기리기 위해 그의 영지를 탈보라고 명했고, 그 영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Chateau Talbot'라고 했다고 한다. 특히 이 와인은 히딩크감독이 좋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팔렸다고 한다.
맛있게 와인을 즐기는 방법은 와인에 대해 조금은 알고 마시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알고(스위트한 것이 좋은지, 드라이한 쪽을 좋아하는지) 예산에 맞게 골라 마시면 좋겠다. 와인의 퀄리티와 가격의 문제는 다음의 말이 그 기준을 말해준다.
'10유로짜리 와인과 100유로짜리 와인을 비교한다면, 물론 100유로짜리 와인이 맛있다. 그라나 100유로짜리 와인이 10유로짜리보다 10배 더 맛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