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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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을 시원한 도서관에서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도서관의 시원한 에어컨이 필요 없을 만큼 시원스러운 유머에 즐거웠다.
하지만, 결코 즐거울 수만은 없는 그 묵직하고 답답한 작가의 고민과 관심은 마지막에 웃음을 잃게 했다.
책에서 작가가 언급한 세상을 안전하게 바라볼 수 있는, 그리고 조금은 무겁고 힘든 마음을 가볍게 덜어낼 수 있는 유머가 지금은 아무 효험이 없다는 걸 요즘 느낀다.
세상이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는 걸까? 내가 이상하게 변해가는 걸까?
큰 의문이다.

유머는 인생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한 발 물러서서 안전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그러다 결국 마음이 지치고 뉴스가 너무 끔찍하면 유머는 효력을 잃게 된다.

커트 보네거트는 이 문장의 다음에 이런 말을 적어둔다.
'너무 많은 충격과 실망을 겪은 탓에 이제 나는 더 이상 유머로 방어할 수가 없다. '
지금 우리가 그렇다.
어마어마한 충격을 그리고 그것에 대한 실망을 여전히 몸에 안고 있는데도 조금의 변화도 없다. 우리는 웃음을 잃었다.
커트 보네거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랑했던(ㅎㅎ) 미국은 아직도 '공공도서관의 접수창구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커트 보네거트의 책이 작은 위로가 되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빌려보는 모든 이들에게서 위로와 희망을 읽을 수 있나 보다.
커트 보네거트의 촌철살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더운 여름 책을 읽는 이유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는 게 바로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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