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66세의 한 여성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정말 한 점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데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자살은 아니다. 그 여인의 아들은 나(엘레나 그레코-레누차라고 불림)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린다. 그녀는 안다. 그녀가 소원대로 완전히 사라졌음을. 그녀는 30년 전부터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화는 그녀를 사라진 릴라와의 추억으로 데려간다. 이렇게 레누차와 릴라의 이야기는 이 이쁜 표지의 책 속에 펼쳐진다. 이 책은 독자를 이들의 과거뿐만 아니라 독자의 과거로 데리고 간다.
레누차가 만난 '릴라'라는 아이. 그녀는 폭력으로 가득한 이들의 어린 시절에 레누차에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 친구다. 자신의 행동에 확신이 없던 드러나지 않던 레누차에게 릴라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진 아이였다. 릴라는 레누차의 기준이 된다. 엄마처럼 절름발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가진 레누차에게 늘씬한 다리의 릴라는 영웅이다. 그녀는 스스로 글자를 깨친 아이일 뿐 아니라 놀라운 능력을 가진 친구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한계를 넘을 줄 아는 아이, 그녀는 레누차의 '눈부신 친구'였다.
어렵고 힘든 시절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다들 일을 하던 그 시절, 공부를 잘 하던 두 친구는 중학교 입학을 하기로 하지만, 이쯤에서 그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그리고 뒤바뀐 길을 걷게 된다. 타고난 영리함으로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던 릴라는 아버지와 함께 구둣방으로 릴라와 비슷해지기 위해 노력하던 레누차는 진학을 하게 된다. 이들이 결정적으로 뒤바뀌는 한 시점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