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저항력이다 - 무기력보다 더 강력한 인생 장벽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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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읽었다. 책이 어려워서는 아니었다. 내가 감추고 있던 걸 콕콕 꼬집어 말해주는 얄미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분명 나한테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왜 나는 듣기가 싫었을까? 그래서 읽다가 덮어두다가를 반복했다. 아직 나는 나를 들여다볼 마음의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또 찾아왔다. 리뷰를 써야 하는데 또 미루고 있었다. 사실 '내가 이런 상태야'라는 말을 도저히 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을 글로 옮기는 데 시간이 걸렸다. 결국 내 맘속에 리뷰의 데드라인으로 정해두었던 오늘에 와서야 리뷰를 쓰고 있다.
저자는 왜 우리는 해야 할 일을 미루고 핑계를 대는 건지, 무엇이 기꺼이 당장, 적극적으로 하려는 마음의 시동을 꺼버리는 건지 살펴본다. 저자가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생긴 그 미루고 또 미루는 원인을 살펴보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이 되었다. 저자는 그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저항력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마음이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지 않는 이유를 만들고, 심리적 타협을 하고 해야 할 일이 하지 않아도 좋은 일이 된다.
앞선 저자의 책 <문제는 무기력이다>에서 말한 무기력과 <문제는 저항력이다>에서 다룬 저항력은 비슷하지만 다른 문제다. 저자는 그것을 니체의 낙타와 사자로 비유한다. 니체가 말한 낙타는 무기력에 빠져 있다. 낙타는 주인에 매인 몸이라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사자는 자유로운 직업에 종사하고 있어 모든 것이 가능한데도 '사냥하지 않는 사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 않는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다루는 이 책은 전반부는 왜 이런 상태에 빠져있는지를 다룬 심리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는 어떻게 하면 그 상태에서 벗어나 니체가 말한 자유로운 어린아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실천적인 방법을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들 생각이 많이 났다. 역시 저자도 자신의 딸을 생각하며 글을 썼나 보다. 이심전심이다.

부모가 되어도 여전히 우리는 매우 부족하다. 부모라면 누구든 자신의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한계 때문에 딱 자기만큼의 아이를 만들어 낸다. 내 아이를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가? 잘 양육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담은 책. 이 책이 인생의 어느 날 저항에 막히고 한계에 떨며 울고 있을지 모를 내 딸에게 미리 주는 장문의 편지이자 정신적 유산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을 넘어갈 힘을 기르기 바란다. 당신 속의 아이를 당신이 안아 주는 새 부모가 되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의 좋은 부모가 되는 것에는 큰 신경을 쓰지만, 자기 자신의 부모가 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제 스스로의 부모가 되어 자신을 치유해보자. 이를 위해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마음의 힘이 생기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새아기를 잉태할 수 있다. 자신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 자기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니체가 말한 아모르파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바람대로 남을 돕고 저자를 돕는 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저자의 딸까지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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