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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있는 유럽의 작은 도시 - 여행기자 톰 체셔가 들려주는 소도시 탐방기
톰 체셔 지음, 유지현 옮김 / 이덴슬리벨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정여울의 베스트셀러가 생각나는 제목의 이 책의 원제는 "How low can you go?" 얼마나 싸게 갈 수 있을까?이다. 영국 <더 타임스>에 여행 에세이를 쓰는 여행작가인 톰 체셔가 더 이상 새로운 곳이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전 세계 80여 개국을 돌아다녔으니) 저가 항공기를 타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유럽의 작은 도시들을 찾아간 여행을 정리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의 저가 항공은 대한민국의 서울이 아닌 영국에서 출발한다.
여행서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론니 플래닛'이 '굳이 갈 만한 곳이 못 되는 도시'라고 말한 슬로바키아의 포트라트(이곳 시장은 곧 맥도날드가 들어올 예정임을 자랑한다), 발음조차 어려운 폴란드의 슈체친, 영국 남자들에게 총각파티의 장소로 알려진 에스토니아의 탈린 등이 통 체셔가 주사위를 굴리듯 선택한 여행지다. 그가 방문한 도시의 많은 젊은이들은 '나는 정말 이곳을 떠나야겠어요.'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적은 일자리와 수입, 그래서 더 침체된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을 굳이 찾아간 톰 체셔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리고 왜 가야 할까?
이 이름조차 낯선 여행지를 안내하고 있는 것은 '충동' 그리고 '자발성'이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이 간과한 장소를 향해 떠나자는 발상으로 다른 곳에서는 절대 배우지 못할 어떤 것을 배우고, 예상치 못한 만남을 갖는 것이 이 여행의 이점이다. 톰 체셔는 저가 항공사가 가져온 변화와 그 결과를 만난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은 대도시에서 일하고 쉴 때는 볕이 좋은 고장이나 스키를 타기 좋은 산등성이에서 지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히 서유럽 부동산의 가격이 영국보다 저렴하기에 이곳에 제2의 집을 마련한 사람이 유럽인구의 15%나 된다. 이 낯선 곳에서도 이름있는 기업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름만으로 그 지역의 경제가 변하지 않았음을 목격한다. 오히려 서구형 생활을 시도하기 위해 이 도시의 젊은이들은 편도 1페니 짜리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에 올라탄다.
톰 체셔는 저가 항공을 이용한 이런 여행에서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온갖 역사를 발견하기도 한다. 슬로베니아의 루블랴나에서는 건축의 아름다움을 만난다. 이런 여행에서 자신이 진짜 여행자 같다는 기분이 든다. '미지를 여행한다는 분명한 느낌'이, '알 수 없는 선물상자를 여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여행은 싸다. 루블랴나로 가는 왕복 티켓은 48.36 파운드(8만 5천 원 정도)이며, 3박을 할 경우 생활비 포한 150파운드(26만 5천 원)가 들었다고 한다. 톰 체셔는 저가 항공이 가져다준 '대이동'에 주목하면서 또한 항공기로 인한 환경오염도 걱정한다. 아직 유럽의 대도시조차 가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꿈같은 여행이야기지만 저가 항공기를 이용한 저렴한 여행,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지금 우리에게도 가능한 이야기라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