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살림지식총서 369
박영은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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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다른 작가의 경우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경우는 그 말이 딱 맞아떨어질 것이다. 그의 작품은 바로 그의 삶에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살림지식총서 <도스토예프스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의 질곡과 영광의 순간이 그의 작품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작가 박영은은 러시아 문학도로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도스토예프스키'를 바로 내 옆에 있는 '친구 도스토예프스키'로 인식될 수 있도록 그의 문학세계를 대중의 언어로 재조명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한다. '살아있는 인간'으로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숨을 불어넣고 싶은 작가의 의도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그동안 도전만 외치고 중도에 포기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에 다가가고 싶게 만든다.


박영은이 그려서 우리 앞에 데려온 도스토예프스키는 아픔을 품고 살았던 인간이었다. 또한 자신의 광기와 열정의 소용돌이를 다스리지 못해 괴로워했던 모순 투성이 인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항상 겸손하고 따뜻한 인간이길 원했다. 이 모든 삶의 이야기가 그의 소설 속으로 굽이굽이 흘러 들어갔다. 이런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를 부친의 살해, 체포와 날조된 사형, 시베리아 유형, 간질병, 도박, 파산, 푸쉬킨에 대한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다. 


살해당한 아버지.

의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악착같이 돈을 모았지만, 다혈질적이고 신경질적이었다. 그래서 온 가족이 그 앞에서 떨었다고 한다. 의처증이 있었던 아버지는 자신의 아이들까지도 자기애인지 의심했다. 교양과 품위가 있고 신앙심이 깊었던 어머니와 달리 거친 행동과 신경질적이었던 아버지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성격의 일부분을 물려준 듯하다. 그러던 아버지가 그에게 앙심을 품은 농부들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함구만 하다가 생의 마지막 작품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비로소 아버지에 대해 털어놓는다.

죽음의 심연을 응시했던 사형 체험 토스토예프스키는 한동안 공상적 사회주의에 심취해있었다. 그는 그 활동으로 붙잡혔다. 황제 니콜라이 1세는 이렇게 붙잡힌 이들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연극'을 꾸민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돌아 온 도스토예프스키는 강렬한 체험을 한다.

'오늘 죽음과 대면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할 때가 되어서야 그런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과거를 되짚어볼 때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었는지요.(중략) 삶은 행복입니다. 매 순간이 행복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체험은 <백치>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사랑, 도박, 광기 그리고 간질병.

유부녀를 사랑했고, 그녀의 남편이 죽자 그녀와 결혼을 하지만 곧 실망하고 방황하던 도스토예프스키. 그는 그녀가 죽고 다른 여인과 사랑을 하고 결혼에 이르지만 도박에서는 헤어나지 못한다. 그런 남편을 듬직하게 지켜주던 어린 아내는 남편의 간질과 아들의 죽음 또한 지켜봐야 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지금도 여전히 '대작가'인 것에는 이 어린 부인의 도움 덕분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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