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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 삶의 길목에서 다시 펼쳐든 철학자들의 인생론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2월
평점 :
잘 가고 있다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곧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생채기도 생겼다. 나는 단 한 번 뿐인 인생의 길을 이정표도 모르는 채 걸어가는 어린아이다. 나는 서툰 발걸음으로 인생의 숲을 헤쳐나가다가 그냥 그렇게 죽음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잘 살고 싶어 한다. 잘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요즘 찾는 것이 바로 철학과 인문학이다.
인간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철학이다. 꼭 필요함을 공감하기는 하지만 막상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난해한 철학 용어가 떡 하니 버티고 있어 독자의 사고를 더 이상 나아가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철학의 역사를 공부해보기도 하고, 위대한 철학자 한 명을 정해 그의 사유를 따라가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들 역시 쉽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요즘은 생활 속 고민과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책들이 많이 등장했다. 현재 내 삶의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은 쉽게 철학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철학자들의 지혜를 빌려 나의 생활 속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철학교사로 있는 안광복 씨의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은 철학서 중에서 넓고 깊게가 아닌 '정찬이 아니라 길거리 음식' 처럼 '일상의 호흡'에 맞게 읽는 짧은 이야기들로 되어 있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세네카, 데카르트, 한비자 등에게 삶의 의미, 나이 듦, 죽음, 사랑, 정의, 주위의 사람들, 리더십 등 삶에서 만나는 문제에 대해 답을 구한다.
외모와 성적 등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삶을 이야기해준다. 우리도 알고 있다시피 소크라테스는 심하게 못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자기 눈이 사방을 잘 볼 수 있도록 툭 튀어나왔고, 코는 길고 똑바르지 않고 뭉툭해서 남보다 냄새를 더 잘 맡는다고 자랑할 정도로 자신의 외모를 사랑했다'라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이유는 오직 자신만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는 태도에 견줄'만하며, '자신의 단점에 주목하기보다 세상에서 진정 옳고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라고 한다.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편견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편견이 없는 상태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문제를 보게 된다면 해결해 나가는 올바른 방향을 찾기는 더욱 쉬워질 것이다.
한가지 주제에 짧은 이야기로 답을 해놓아서인지, 왠지 서문만 읽다만 듯하다. 더 알고 싶다면 그 철학자가 쓴 책을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읽어보면 좋을지 소개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삶의 문제를 하나로 꿰뚫어 보는 철학 사상이 엿보이지는 않았다. 각기 다른 문제에 각기 다른 철학적 처방으로 양약을 먹는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