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독서 - 심리학과 철학이 만나 삶을 바꾸는 지혜
박민근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벌써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것이 세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힘들어하던 때로부터. 그 시간을 버티고 벗어나게 해 준 것이 나에게는 책이었다. 주위의 어느 누구에게도 터놓기 힘들었고, 말하기 힘든 고민을 말하지 않고 그저 책을 죽어라 읽어대며 살았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조금씩 조금씩 그 수렁에서 벗어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 내가 하던 그것이 '독서치료'라는 걸 몰랐다.

독서치료(Biblio-theraphy)는 스스로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필사하며 다시 그 내용을 성찰하는 것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치료가 되는 이유는 책과 문학이 가진 본질적 존재성인 타자성이 인간의 고독을 경감해주는 힘을 갖는 데 있다. 책을 처방하는 일은 '아스피린 한 알 드세요'라는 말과 같다. 어떤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와 상황에 따라 'ㅇㅇㅇ 한 권 읽으세요'라는 처방을 할 수 있다. 

박민근의 <치유의 독서>라는 이 책에 독서치료를 하고 있는 저자를 찾아왔던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왕따를 겪고 있는 10대의 청소년, 인생의 목표가 없는 20대, 친한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삶의 기반을 잃은 이, 스스로를 루저라고 생각하는 사람,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등.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그들에게 책 한 권을 건넨다. 이런 내담자들은 저자가 권해 준 책을 읽고 와서 저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조금씩 스스로 달라지는 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에게 건넨 책의 이야기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민근 씨는 16세까지 화가의 꿈을 꾸고 있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돈과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함에 좌절하고 깊은 우울상태에 빠진다. 그 시간 그가 찾았던 헌책방에서 만났던 책들은- 헤세와 헤밍웨이와 윤동주- 그에게 위안을 안겨주었다. 깊은 수렁에서 그를 건진 책들은 그가 다시 두 번째 고비를 만났을 때 또다시 그에게 구원이 되어주었다. '생존과 내일을 위한 유일한 대안은 오로지 책 읽기 뿐'이었던 그가 그 경험을 토대로 독서치료로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이 책 <치유의 독서>는 그가 말하는 HOPE프로그램 중 치유(Healing)과 자성(Perception), 즉 심리상담과 철학상담을 묶은 것이다. (다음 과정인 정향(Orientation)과 공부(Education)은 <성장의 독서>라는 제목으로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치유의 독서>는 50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삶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구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떤 틀로써 세상을 보던 것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려는 노력을 하기 위한 조력자로 <8주 나를 비우는 시간>을, 불확실성을 못 견뎌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방황은 어쩔 수 없는 것이므로 그 방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방황의 기술>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자기 시선이 자기 안에만 맴돌 때 세상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오인하기 쉽다.' 내 안에 맴도는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는 일은 책이 가진 타자성으로 극복하자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가 언급한 50여 권의 책 중에서 기껏해야 내가 읽은 책은 3권에 지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몇 권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 책들로 내가 조금은 달라지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