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인간이 아니야. 뜨거운 지옥불에서 온 귀신이자 악마지.' 내가 말한 시간에 집에서 재즈 밴드가 한창 연주 중이면 그 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사할 거야.'

영원히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미제 살인사건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연쇄살인사건이 바로 1928년 5월부터 1919년 10월 사이에 있었던 뉴올리언스 연쇄살인사건이다. 도끼로 6명의 사람을 죽인 이 살인마는 신문에 살인을 예고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레이 셀레스틴은 바로 이 사건을 그 당시의 뉴올리언스로 독자들을 데려간 듯 치밀하게 <액스맨의 재즈>에서 그려냈다. 58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책이지만, 도끼 살인마에 겁먹듯이 두께에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도끼 살인마가 경고한 살인의 그 밤에 뉴올리언스의 사람들이 재즈에 몰입하여 밤을 지새웠던 것처럼 책에 푹 빠져 밤을 지새우게 될 테니까.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뉴올리언스는 재즈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지금도 매년 4월 마지막 주에서 5월 첫째 주의 2주 동안 뉴올리언스 헤리티지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1866년 투표 논쟁에 관한 흑백 간의 폭동이 벌어지고 50명의 흑인이 사망한 뒤 인종차별이 더욱 심해진 지역이다. 책에서도 보이지만 북으로는 크리올(프랑스계 백인과 미국 흑인 사이의 혼혈)이 남으로는 아일랜드인이 서쪽으로는 아프리카 흑인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에 위치한 리틀이탈리아에는 이탈리아인이 살았다. 나머지 소수민족들이 체스판의 졸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살았고 중앙의 상업지구인 스토리빌 프렌치쿼터에서만 한데 섞였다.


도끼 살인마는 의심으로 가득한 도시에 불신을 더해 갔다. 분리가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의심은 분리를 더 부추겼다. 이젠 도끼 살인마가 이 모든 상황에 불을 붙인 격이 됐고 이렇게 갇힌 사람들이 서로 갈등을 빚고 부딪쳤다. 게다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군인들까지. 이 소설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세 명의 주요 인물들은 부인이 흑인이며 그 사이에 아이가 둘이 있지만 하녀라고 속이며 살고 있는 형사 마이클 탤벗과 크리올인 아이다 데이비스와 재즈 연주가인 루이스(루이 암스트롱의 예전 이름) 그리고 이탈리아계인 루카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도끼 살인마를 쫓고 있다. 이들이 생각하는 도끼 살인마는 조금씩 다르다. 각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퍼즐을 맞추다 보면 다다르는 곳은 '두려움'이다. 서로 다름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우리는 명확한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도끼 살인마는 불가사의한 존재이지 않나. 설명할 수 없이 텅 비어 버린 존재지. 하지만 사람들은 텅 비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비어 있는 걸 볼 때면 언제나 그걸 채우기 시작하지. 우리 마음 한구석에 있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어두운 것들로 말이야. 보데씨 부부를 죽였던 그 이탈리아인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것, 자신들이 무서워하던 것으로 마음을 채웠어. 주술로 말이야. 도끼 살인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이탈리아인들은 도끼 살인마를 두고 흑인이라고 생각해. 경찰은 흑수단이라고 생각하지. 흑인들은 아마도 도끼 살인마가 강대하고 사악한 백인이라고 생각할 것 같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것을 보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 보고 있는 것 같이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달리 보고 있다네. 어떤 두려움이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윙윙대느냐에 따라 다른 거야. 자신들이 이미 실제라고 마음먹은 것, 자신들이 가진 두려움이 만들어 낸 환상을 찾은 것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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