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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로드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온더로드 - 작가
- 박준
- 출판
- 넥서스BOOKS
- 발매
- 2015.12.05.
저 길모퉁이를 돌아가면 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모르고 살아가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에게 삶에 대해 충고하는 많은 이들은 내 앞에 벌어질 일을 다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충고한다. 요즘 그렇게 '안다는 이들'에게 지쳐가고 있었다. 몇 년 전 우연히 읽게 된 책 한 권에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삶에 지쳤을 때 여행은 위로가 된다. 그때 우리는 치앙마이와 빠이로 떠났다. 우리가 갔던 태국의 치앙마이와 빠이보다 훨씬 유명한 '배낭여행객들의 거리'인 '카오산 로드' 그곳에서 만난 여행객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온 더 로드>다.
여행을 가기 전 읽는 여행책은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다녀온 뒤에 읽는 여행책은 내가 놓치고 만 것들, 다음 여행에 주목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가 만난 카오산 로드의 배낭여행객은 우리처럼 단기간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짧게는 6개월 이상 길게는 2년 이상씩 '여행 중'이다. 그들은 왜 여행을 하고 있을까? 아니 왜 그렇게도 많은 시간을 여행 중일까? 현실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의아함이고 부러움이다.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이들은 저마다의 여행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인도와 태국을 여행 중이 당찬 십 대 여학생(?)과 신혼여행을 배낭여행으로 보내고 있는 부부, 그리고 50대 중반에 하던 일을 접고 여행 중인 중년의 부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있던지 궁극적으로 우리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으로 추구하고 싶은 바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사람들은 누구나 원하는 바를 품고 살아. 물론 나도 원하는 걸 갖고 싶은 소유욕이 있지. 하지만 여행을 통해 그런 욕구가 인생에서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 항상 무언가를 바라거나 소유하지 않고도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 벨기에에서 온 스물셋 코베
배낭여행객들은 하루에 1만 원 안팎의 돈으로 생활하며 여행 중이다. 그만큼의 돈으로도 아니 더 적은 돈으로도 우리는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욕심이, 욕망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여행의 매력은? 나를 숨길 필요 없이 솔직해질 수 있는 거 아닐까? 우리가 평소에 쓰고 있는 마스크를 과감히 벗어 버릴 수 있어. 가끔씩 사람들이 우리를 평가하려 들 수 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이방인이니까. 독일에서 온 요나스
지금 여기 이곳에서 우리가 맡고 있는 이 역할이 무거울 때 여행은 솔직하고 가벼운 나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준다. 서로가 이해하기 힘들 때, 낯선 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다른 이의 시선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거기에 목매는 내가 얼마나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었는지 느껴진다. 이것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라오스의 방비엔에 '리버사이드'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거기서 일하는 남자가 하나 있는데 매일 그가 하는 일은 안내 데스크에 앉아 강을 바라보는 일이야. 그게 전부야! 만약 손님한테 문제가 있으면 가서 해결해 주고 돌아와 다시 강을 봐. 하루 종일 말이야. 이런 완벽한 인생이 또 있을까? -자메이카에서 온 트레이시아 버튼
난 성공을 하고 싶은 걸까? 왜 일을 하고 있지? 가끔 드는 의문이다. 만약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그런데 완벽한 인생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