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독 그 사람이 힘들다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김세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이 힘들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내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떠올라 더 힘들었다. 심지어 책을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왜 그랬을까? 그 사람이 나에게 했던 반응과 말의 이면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 이 책이 알려줘서였다. 그는 나를 '하나의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적어도 그 말을 하거나 그런 행동을 했을 때에는. 그는 다만 나를 그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사람의 의도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더욱 힘들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 할 정도로.

이 책의 작가인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상처받은 마음'을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심리학자이며 심리상담가이다. 그가 쓴 <나는 유독 그 사람이 힘들다>라는  이 책의 부제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자존감과 성취감을 지키는 지혜라고 되어 있다.  우리를 박수부대처럼 이용해먹는 동료들, 나를 휘두르는 사람들, 자신밖에 모르는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요즘 시대에  그들의 내면과 행동을 분석하고 이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를 말해준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나르시시즘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주목한 책이다.  나르시시즘이란 무엇일까? 나르시시즘은 우리 내면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방어기제로, 마음의 상처와 가치 상실감에 대한 보호장치로 기능한다. 나르시시즘의 효과는 탁월하다. 그것은 창의력, 이해력, 업무적 역량을 키워 주고, 화술, 비전을 드러나게 해주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석 같은 매력 살려주는데 기여한다.


​그렇지만, 나르시스적인 사람 때문에 우리는 힘들다. 그들은 서로의 가치를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 위와 아래, 지배와 피지배, 우월과 열등한 관계로 본다. 혹은 합일의  경향을 보인다. 서로를 구분, 분리하지 않고 둘이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의견이 같아야 한다.  특히 이들은 다른 사람을 통해 자기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려는 바람이 존재한다. 이런 나르시스적인 상대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대부분이 열등감형 적응반응을 보이게 된다. 의견을 말하지 않고, 위축되고 긴장하며, 그러다 보니 내가 누군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태도는 주변과 분명한 경계를 짓고,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자의식형 반응이다. 이 사람들은 주변의 경탄으로 자존감을 강화하려 하지 않는다.

작가는 오히려 나르시스적인 사람과의 만남이 자신의 발전을 위한 도전 과제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내면에 존재하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상처와 불안감, 그리고 자신의  나르시스적인 부분들까지 발견해낼 준비가 되어야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우리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내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현명한 교류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가치 존중, 감정이입, 연민 이 세 단어가 인간관계의 키워드라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부분과 비슷한 내용을 얼마 전에 책을 읽다 봤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사람의 존엄성은 내면의 독립성이라는 것이 모래성처럼 깨어지기 쉬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런 이해심으로부터 인간 사이의 연대감이라는 값진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 중에서

다른 이의 가치에 대한 존중,  그들에 대한 감정이입과 연민으로 우리는 연약한 같은 인간이라는 연대감이 존재할 때 우리의 삶은 좀 더 평온한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측면을 발견해 깎아내리고, 무시하고, 관계를 끊으려고 하지 말고,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내라. 자기 자신의 존재와 타인의 존재를 신중하게 인지하는 것을 가르치는 마음 챙김 명상이 필요하다.  

다른 이의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우리 자신의 나르시스적인 모습을 잊어서는 안된다. 내 안의 나르시스적인 모습을 눈 감았을 때는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어제 살았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살 필요는 없다. 이러한 시작에서 자신을 풀어줘라. 그러면 수천 가지 가능성이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안내할 것이다. -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것은 처음 시작은 내 주면의 사람들이었지만, 결국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나라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나르시스적인 부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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