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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이유 - 얼떨결에 서른 두리번거리다 마흔 내 인생을 찾는 뜨거운 질문
도다 도모히로 지음,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집에 사는 20대의 아들은 꿈이 없는 듯하다. 그저 편하게 살고 싶어 한다. 왜 열정에 사로잡혀 '이거 아니면 안 돼'하는 일이 없을까? 비단 우리 집 젊은이만이 그렇지는 않나 보다. 왜 요즘 젊은이들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를까? <내가 일하는 이유>의 저자인 도다 도모히로는 그것은 구체적인 불행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중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을 비교해서 말하고 있다. 중국은 근대화를 이루는 과정 중에 있는 개발도상국이라 유럽과 일본을 뛰어넘자는 슬로건 아래 물질적으로 더 나은 생활이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기에 물질적 결핍을 메우는 것을 목표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배부른 일본 학생들에 비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완전히 공감 가는 부분은 아니지만, 욕망은 결핍이 있을 때 더 명확해진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오늘날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기준의 모호함과 풍족함에 따른 결핍의 부족(?)으로 젊은이들은 꿈을 갖지 못하고 있다. 꿈이 없는데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일과 직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저자인 도다 도모히로 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여러 유명인사들의 직업과 일에 대한 단상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일이 그리고 직업이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요즘 일이란 능력과 취향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취업과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들여다보면 좋을 책이다.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업이다. 그런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연이다. 파스칼 <팡세>
팡세의 이 문장을 보고서는 지나고 보니 나의 직업도 우연히 결정된 일련의 과정 중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하고 싶어서 꿈이어서가 아니었고, 우연히 어느 시기에 했던 일이 직업이 되었고, 하다 보니 이렇게 흘러왔구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 우연히 결정된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신발 지키는 일을 최고로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그 이상을 이룰 수 있으리라. 위대한 사람이 이룬 일은 겉으로는 대단해 보이지만, 실은 그가 매일매일 한 일은 작고 소박했을 것이다. 묵묵히 꾸준히 성실하게 해낸 일이 쌓여서 뛰어난 일이 되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서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무라카미 류의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지금의 내가 아들에게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지 나도 모르는데, 내가 살았던 이 방식 외에 다른 방식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데 어떻게 함부로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나 공공기관에 들어가면 그런대로 안심이라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교사나 학부모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라"라고 말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들어간들 안심할 수 없는데도 그들은 왜 그렇게 말할까요?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지 그들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것 외에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라카미 류 <13세의 헬로 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