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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글을 잘 쓰게 될지도 몰라 - 매일 글쓰기 70일
캐런 벤크 지음, 황경신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을 보고 '어, 진짜?' 이렇게 묻고 싶었다.
진짜로 글을 잘 쓰게 됨을 증명(?) 해보고 싶었지만, 며칠 동안 읽고 확실한 증명을 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물론 이상한 자신감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이 책은 70일간의 글쓰기를 위한 연습 주제를 던져준다. 좋아하는 단어 적어보기, 말이 되지 않는 질문 만들어 보기,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써보기, 다섯 가지 감각을 조합해보기, 의성어를 잔뜩 넣어 글 써보기, 세상에 없던 의성어 만들어 보기, 한 가지 동사만으로 글을 써보기, 지루한 동사를 신나게 바꿔보기, 엉뚱한 사전 만들기, 숫자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기 등 재미있는 주제를 통해 생각의 확장을 도와준다. 그리고 5가지 주제의 뒤에 작가들이 전해주는 팁이 있다.
책에 나오는 '나는 고담시에 사는 고독한 배트맨의 망토로 글을 쓸 수 있다'라는 문장처럼 지금 '나는 콜록거리는 목과 불타는 코를 잠재워 줄 감기약으로 글을 쓰고 있다.' 상상력을 위한 맛있는 단어들을 떠올려 보라고 할 때 내 머릿속을 온통 차지한 단어들은 10여 일 간의 출장으로 곯은 배를 채워 줄 '모락 모락 김이 오르는 뜨끈한 밥과 침이 꼴깍 넘어가게 생긴 김치'같은 먹을 것들이었다. 그리고 깊은 잠과 휴식이라는 단어가 찾아왔다.
책에서 이끄는 대로 '새로운 질문'을 떠올리다 보면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마음을 땅에 심으면 무엇이 자랄까요?'
'당신은 뭔가를 세고 있어요. 무엇일까요? 셀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런 주제들은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천천히 생각해보고 글을 써보고 싶어진다. 또 하나 '당신이 관심을 가지면 당신은 그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 오늘의 '그 무엇'은 노란색이지만, 내일의 '그 무엇'은 세계 평화가 될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생각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는 말에 전율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쓰고 싶은지도 모른다. 한 세계의 창조주가 되고 싶어서. 이 책은 이런 다양한 주제와 함께 작가들의 팁이 담겨있고 책의 반은 독자들에게 할애한다. 빈 백지도 남겨진 공간에 앞에서 읽은 대로 자기 나름대로 끄적거려볼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빈 공간이 두렵다. 내가 쓰는 글이 낙서가 될까 부끄럽기만 하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책을 읽는 독자에 머문다. 그나마 루이스 버즈비의 다음 말은 위로가 된다.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책을 읽어라. 식사시간에 왜 책을 읽냐고 물으면 '일하느라 바쁘다'라고 말하라. 난 온종일 일하느라 바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