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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ㅣ 네버랜드 클래식 49
잭 런던 지음, 필립 R. 굿윈.찰스 리빙스턴 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을 여러 번, 여러 사람으로부터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회가 없었다. 드디어 이 책을
읽고 나서 좀 더 일찍 읽지 못한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 내용은 어쩌면 뻔해 보일 수도 있다. 문명 생활을 하던 멋있는 개 한 마리가 운이
나쁘게 팔려가 죽도록 고생을 하지만 타고난 성품(강인함, 영리함, 야성의 본능 등)으로 우두머리가 되고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던 야성의 부름을
따라 야생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잭 런던은 이 뻔한 이야기를 읽는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능력을 지닌 작가였다.
<야성의 부름>에 등장하는
인물들, 아니 개들은 마치 사람처럼 느끼고 행동한다. 특히 주인공 벅은 그렇게 매력적인 인물(?)일 수 없었다. 미국 남부 밀러 판사 저택에서
살 때 벅은 마치 왕처럼 군림했다. 날고 기는 것들은 물론 인간도 포함해서 모두 벅의 발아래 있었다. 그런 그를 정원사 조수가 돈을 받고 몰래
팔아버린다. 그가 팔려 일하게 된 곳은 한창 금이 발견되어 많은 사람들이 금을 쫓아 이동하던 북쪽 땅이었다. 힘든 일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 했던 혹독한 추위와 열악한 환경은 벅에게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한다. 갑자기 내동댕이쳐진 원시의 한복판에서 벅이
깨달은 몽둥이와 송곳니의 법칙은 벅이 살아가는 기준이 된다.
그 과정에서 벅이 서서히 썰매 개의
우두머리가 되는 과정은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현재 최고의 우두머리인 스피츠에 대항해서 다른 개들을 부추겨 사소한 반란을 일으키도록 도와주는
벅의 모습은 우습기만 하다. 드디어 스피츠를 죽였지만 우두머리 자리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자 반항하는 벅의 모습은 한참을 웃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썰매를 끌던 힘센 개들에게도 마지막은
돌아오는 법이다. 같이 썰매를 끌던 데이브는 이제 썰매를 끌 수 없는 지경이 되지만, 썰매를 끌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썰매를 끄는 개들의 옆에서
자기 자리를 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모습이나 그 모습이 불쌍해 끈을 매어주자 힘든 몸으로 끌고자 하는 모습을 모면서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그런 벅에게 같은 동료에게가 아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손턴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찾아온다. 손턴은 자식을 돌보듯 벅을 보살핀다. 판사의 집에서도 경험하지 못 했던 사랑을 느낀 벅은
손턴을 위해 목숨을 걸고 강에 뛰어들기도 하고, 손턴이 저지른 위험한 도박을 위해 힘껏 짐을 끌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랑도 벅의 야생에
대한 끌림, 야성이 부르는 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가 야생으로 돌아왔을 때 본능적으로 조상의 삶을 기억해내고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도덕성을
버렸을 때처럼 먼 옛날의 노래가 벅 안으로 밀려들어 벅은 이제 다시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간다. 벅은 살육자, 사냥을 하는 동물, 살아있는 것을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존재였다. 벅은 강자만이 살아남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오직 자기 자신의 힘과 용기만으로
당당히 살아간다.
하지만 잭 런던은 벅이 그렇게 되는 데는
인간들이 북쪽 땅에서 노란 금속을 찾아냈기 때문이며, 정원사의 조수가 아내와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도 힘든 급료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콕 집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