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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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무섭다. 화목하다거나 따뜻하다는 수식어가 붙어 마땅해 보이는 가족이라는 단어와 '병'이 함께 있다니. 일본 열도를 찬반양론으로 들끓게 했다는 책이라는 띠지의 말이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 작가인 시모주 아키코는 가족이라는 말 앞에 맹목적이 되는 일본의 현실을 파헤쳤다. 일본만 그러겠는가? 일본과 제일 비슷한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 그리고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맹목적이지 싶다. 그래서 가족이란 이름 아래서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들여다 보기가 겁났다. 

 

흔히 가족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철학자가 한 말처럼 가족은 사라지는 중이 아니라,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결혼이라는 제도하에 싫든 좋든 엮인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사랑이 가족의 존재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형태의 가족 - 미혼모 가정, 한 부모 가정, 동거 가정, 셰어하우스, 동성 커플 가정 등- 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작가의 문제 제기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작가는 '사실은 아무도 가족에 대해 모른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가족을 선택하고 태어나는 것이 아나다. 그 틀안에서 가족을 연기하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라는 역할을. 무엇이든 용서되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그러나 그 안에서 개인은 매몰되고 가족이라는 거대한 생물이 숨을 얻는다. 그러니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이라는 환상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의 인격을 되찾는 것, 그것이 진정 가족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 부부는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 자신에게는 마음껏 기대하자고. 확실히 일반적인 부부의 모습보다는 좀 더 나아간 면이다.

가족은 생활을 함께 하는 '타인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닫힌 관계로서의 가족이 아니라 밖을 향해 열린 가족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가족을 형성한다거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같은 묘에 묻힌다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까지 작가의 생각은 나아간다. 작가는 가족은 역시 점차 이름뿐이며 가족의 붕괴는 마음의 소통이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잃어가고 있는 증거라고 한다.  


작가는 무턱대고 주장하는 가족 지상주의에 혐오감을 표현한다. 지금은 그런 모습이 아니라 가족 사이에는 산들산들 미풍이 불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상대가 보이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밀착하거나 사이가 너무 벌어져 소원해지면 가족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다. 현재 가족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희생에 대한 비판은 눈길을 끈다. 작가는 어쨌든 가장 민감한 부분이며 옳고 그르고를 떠나 욕먹기 딱 십상인 주제를 공론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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