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2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살아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다."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혹은 어떤 사건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은 오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에게 <분노>는 냉담하게 범인을 쫓던 시선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거울 속에 비친 낯선 나를 발견하게 한다.

<악인>으로 우리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는 요시다 슈이치의 새로운 작품 <분노>는 정유정 작가의 말처럼 <악인>을 뛰어넘는 작품이다.  소설의 맨 처음에 1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의 전과정을 놓아두었다. 그리고 그 범행현장에 피로 쓴 분노라는 글자를 독자의 가슴에 박아둔다. 그래서 독자는 계속해서 묻게 된다. 성형수술을 해가며 1년째 도망치고 있는 이 범인은 누구일까? 범인은 무엇에 왜 분노를 느꼈을까? 그렇게 의문을 던지며 읽어가며 만나는 서로 다른 세 이야기에서 우리는 의심의 눈길로 세 인물에 주목하게 된다. 과연 우리만 주목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신문과 티비를 통해 생중계되다시피 한 범인 쫓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위의 사람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갖게 한다.


작가가 이 소설의 중심에 둔 세 이야기는 한 어촌에 살고 있는 요헤이와 그의 딸 아이코 앞에 등장한 해수욕 관광객과 닮은 이방인의 얼굴을 한 여름이 끝나면 떠날 것 같은 말이 없는 다시로와 도코의 관광회사에 다시는 동성애자인 유마의 앞에 나타난 나오토라는 남자와 취했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을 좋아해버리는 엄마와 이즈미 앞에 나타난 다나카라는 남자에 대한 것이다. 우연히도 '하치오지 부부 살일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나타난 사람에 대해 호감과 불안과 의심은 함께 나타난다. 그래서 이 작품 속 인물들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도 그 불안한 의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그래서 마음 속에 자라나던 호감 또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범인을 쫓던 독자는 범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로 그리고 그 사람들을 의심했던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전에 읽은 한 책에서 '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냉담해질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긴장할 수는 있겠지만 냉담해질 수는 없다. 삶의 본질은 온기다.'라는 말을 발견하고 노트에 적어둔 적이 있다. 이 말이 <분노>를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람이 서로 만나 온기를 느끼는 삶, 우린 그 삶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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