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풍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
장 지오노 지음, 박인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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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할아버지 코스트1세 낚싯바늘에 찔려 죽음. 그의 아내 갑자기 죽음. 그 할아버지의 첫째와 둘째 아들도 역시 사고사. 그의 두 딸과 결혼한 두 형제 중 작은 딸과 결혼한 남자는 정신병원에 들어갔고, 그의 부인은 아이를 낳다가 죽음. 이들이 사는 저주받은 영지 '폴란드의 풍차'를 떠나던 또 다른 딸의 가족 넷이 모두 기차 사고로 죽음. 엄마가 죽으면서 태어났던 아이도 급사 그의 누이는 버찌씨가 목에 걸려 죽음. 어떻게 한 가족에 닥친 불행이 이렇게 지독할 수 있을까? <폴란드의 풍차>는 이런 지독한 비극적인 운명 속 가족들의 이야기와 그 가족과 얽힌 사람들 그리고 그 운명 속에 뛰어든 한 남자의 이야기다. 

 

<폴란드의 풍차>를 지은 작가 장 지오노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서 구두 수선공인 아버지와 세탁소 다림질공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환경 탓에 그는 16세에 은행 점원으로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 했지만 문학을 섭렵했고 적극적인 반전 활동으로 투옥되기까지 한다. 그의 작품은 자연의 질서와 평화를 해치는 비열한 인간의 모습을 주로 그리고 있지만, 특이하게 이 작품은 죽음, 운명에 맞서는 인간을 그린다.

장 지오노의 다른 작품 <나무를  심은 사람>은 이 작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다. 그 작품에서는 자연이 주는 삶의 충동과 힘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폴란드의 풍차>는 어쩜 이럴 수가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비참한 한 집안의 운명을 다루었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한 가문의 비극적인 운명의 한가운데 뛰어든 '조제프'다. 이 사람의 정체는 그저 추측 속에 있다. 그가 이 작은 도시에서는 '미치광이'로 규정된 코스트가의 여인과 결혼을 선언하고 코스트가를 그 사회의 중심으로 만들어버린다. 모두가 꿈꾸는 그런 곳으로. 그래서 이 가문은 비극적인 운명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일까?


책을 덮고 나서도 과연 작가가 운명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승리를 그린 것일까? 아니면 아무리 싸워봐야 결국 죽음이라는 거대한 운명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기 그지없는 존재일 뿐이라는 자각을 그린 것일까? 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관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오랜 시간 생각해봐도 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해설은 운명에 저항해서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으며 그의 죽음 뒤에 그가 만들어 놓은 지상낙원은 더 이상 지상낙원이 아니기에. 책을 덮고 난 뒤 오히려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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