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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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는 그의 에세이에서 나무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라고 충고했다. 목적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그의 글은 마음속에 견고하게 쌓아놓은 딱딱한 욕심을 와르를 무너뜨리는 망치가 된다.

우리가 서글퍼져 삶을 더는 견디기 어려워질 때, 나무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만히 있어라! 조용히 해라! 나를 바라보라! 삶은 쉬운 것이 아니다. 삶은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런 생각들은 모두 유치하다. 신이 네 안에서 말씀하도록 가만히 두어라. 그리고 너는 침묵하라. 네가 두려워하는 것은 네가 가는 길이 너를 어머니로부터,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딛는 걸음마다, 매일매일 너는 어머니에게로 새롭게 이끌려간다. 고향이란 여기 혹은 저기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고향은 너의 내면에 있거나 아니면 어디에도 없다.

얼마 전 헤세의 <크눌프>를 읽으면서 헤세가 그린 작품 속 크눌프가 너무도 부러웠다. 정여울이 바라본 헤세처럼 크눌프는 자유롭게 살아가는 영혼이었다. 우리가 꿈만 꾸는. 헤세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하고, 책을 읽었다. 그에게는 그가 써낸 책 속의 인물들이 살아있었다. 그래서 그는, 헤세는 그 자체로 독자에게 영감을 전해주는 듯하다. 마치 한 편의 멋진 소설처럼.

 

 

정여울 작가는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손에 헤세의 책들이 쥐어져 있었다고 한다. 입시 지옥에서, 책을 쓰다가, 세월의 흐름 앞에서, 곳곳에서 헤세를 만난 정여울 작가의 안내로 떠나는 헤세와의 만남은 헤세와 정여울이라는 두 작가를 부럽게 만들었다. 나의 젊은 시절에 왜 나는 헤세로부터 도망쳤던가? 헤세의 작품을 암기해두어야 할 교과서 속 고전, 시험문제로 만나서였을까? 그렇지만 늦게라도 헤세를 만나게 돼서 다행이다 싶다.

 

 

 

정여울 작가는 헤세의 글과 헤세의 고향 독일의 칼프와 마지막 안식처인 스위스의 몬타뇰라의 그림 같은 풍경을 먼저 배치하면서 독자의 영혼을 먼저 울린다. 이런 감성으로 만나는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적 시선으로 만나는 헤세의 <데미안>과 <싯다르타>는 내가 읽었던 헤세의 작품을 다시 펼쳐보게 만들었다.

 

헤르만 헤세로 가는 길은 칼 구스타프 융에게로 가는 길과 지긋이 포개진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로 가는 길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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