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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쓰기 - 공지영, 정유정, 정이현 외 11명 대표작가 창작코멘터리
이명랑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4월
평점 :
소설을 쓸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잘 읽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래서 독서모임도 하고, 다른 이의 서평도 열심히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니 더 알게 되면 좋은 지점이 생겼다. 어떻게 쓰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작가들은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 낼까? 그 지점을
알아보니 내가 읽는 소설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작가는 어떤 인물에 자신의 생각을 투영시켰는지, 또는 불필요해 보이는 인물이나
에피소드는 없는지를 보게 된다.
이명랑이라는 작가가 쓴
<작가의 글쓰기>는 그런 점에서 소설을 좋아하는, 소설을 잘 읽고 싶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좋은 책이 될 수 있다. 물론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저자는 우리가 흔히 소설 구성의
3요소 인물, 사건, 그리고 배경 중 특히 공간에 대해서 11명의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소설을 읽다 보면 특히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어 보인다. 내가 읽은 책의 경우 정유정 작가의 <28>이 특히 그랬는데,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역시 정유정 작가는
그 공간이 머릿속에
완전히 장악될 때까지 지도를 그리고 또 그렸다고 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이 가축이 아닌
개와 사람에게서 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작가의 질문에 제일
적합한 도시를 수도 없이 다시 그려 완벽하게 머릿속에 집어넣고 시작하는 정유정 작가의 글쓰기는 설계도를 미리 짜놓고 시작하는 경우다. 작가는
자기가 만든 세계
안에서는 제비 한 마리도 자기 맘대로 날아다녀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생존을 향한 갈망과 뜨거운
구원을 이야기 한 <28>의 주제는 작가의 치밀한 구상 속에서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이명랑 작가가 언급한
공간이 작품 속에서 분명한
목적을 위해 작용할 때, 다시 말해 작품의 주제의식과 동기를 공간에서 찾을 수 있을 때, 공간은 단순히 사건의 배경에 머물지 않고 작품의 의미를
결정짓는 모티프의 성격을 갖게 된다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경우였다.
정유정 작가처럼 철저한 조사와
설계도를 가지고 글을 쓰는 작가도 있지만 <교군의 맛>을 쓴 명지현 작가처럼 자료조사를 하지 않고, 그냥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명지현 작가는 나의 것이어야 하는 것이 문학이 된다고 한다.
<작가의 글쓰기>는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는 좋을 글을 쓰는 법이 되겠지만, 읽는 독자에게는 좋은 소설을 골라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비문을 쓴 소설, 보여 주지 않고
설명하려고 드는 소설은 이제 더 이상 좋은 소설이 아니다. 작가가 자꾸 개입하려는 소설 또한 요즘의 소설은 아니다. 작가들이 좋은 문장을 쓰려면
좋은 문장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김현의 말은 독자에게는 좋은 문장을 많이 읽어야 좋은 소설을 골라 읽을 수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