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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힘 - 만족 없는 삶에 던지는 21가지 질문
김형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할까?
왜
철학이 필요할까? 흔히들 철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돈도
되지 않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은 시간이 남는 사람들이나 하는 공부일 뿐이라고들 생각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 말은 현실과는 모순된 이야기처럼 들린다. '철학의 힘은 현실에서는 힘이 없다는 데서 나온다'라고 말한 김형철
교수의 말은 그래서 더욱더 모순된 듯 보인다. 김형철 교수는 '철학은 돈이나 권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준다.'라고
말하며 무엇이 쓸모 있고 없는지는 우리가 판단하는 일이므로 철학과 인문학을 만나 스스로 얼마나 쓸모 있는지, 혹은 없는지 판단하라고
말한다.
사람은 생각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기 위해서 생각한다. 여기에 답이 있다. '살아있기 위해'. 철학의 관심사는 생각 자체가 아니라 고난에 부딪히고 있는 사람의
생존이다. 철학의 출발은 눈 감고 하는 명상이 아니라,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고통이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고민과 선택에서부터 인생과 삶과
죽음에 이르는 고민까지 우리는 살기 위해 제대로 생각해야 한다.
김형철 교수의 <철학의
힘>에는 21가지의 질문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다. 삶은 왜 불공평한가? 죽음은 왜 두려움의 대상인가? 왜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모든 것이 결정된 세계에서 나는 자유로운가?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가? 인간에게 죽을 권리를 허용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그토록 행복을
갈망하고 있을까? 공리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행복을 목적으로 삼지 말라고 말한다.'행복을 수중에 넣는 유일한
방법은 행복 그 자체를 인생의 목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행복 이외의 어떤 다른 목적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일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룰 수 없는 것을 원할 때, 그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불행해진다. 사회학자인 런시만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개념으로 현대인의 끝없는 불해의 원인을 진단했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데에서 오는 박탈적인 심리다. 모두
가난하면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모르지만 남보다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면 불행한 감정에 빠진다. 내 인생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행복해질 수
없다. 가난하지 않아도 늘 가난한 기분으로 살고, 달리고 있어도 늘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루이스 캐럴의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와 붉은 여왕이 달리기를 한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도 좀처럼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자칫 뒤처지기 십상이다. 붉은 여왕은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기 살기로 뛰어야 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달려도 늘 제자리걸음이다. 두 배는 더 빨리 뛰지 않으면 앞으로 갈 수가 없다. 모두가 같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혀
달리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한다. 비교는 공감의 반대말이다. 비교라는 관점에서 타인이란 내 행복과 불행의 원인 제공자일 뿐이다.
자기의 행복과 불행이 다른 사람의 행복과 불행의 종속변수가 된다. 그러니 절대적으로 행복해질 수가 없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불행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어떤 상황에서 후회 없이 또 그
행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후회할 테니 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이처럼 나의 선택을 두고 후회가 없는지 자문할 때
니체의 '영원회귀'는 지혜로운 시금석 역할을 한다. 어떤 상황이 영원히 반복되더라도 다시금 그 행동을 한다면 후회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식론적
측면에서 동일한 상황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지만, 어떤 행동에 대한 후회를 다룰 때 영원회귀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같은 삶을 살게 되더라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는 데에는, 후회하지 않는 삶이라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현재의 삶을 누리겠노라는
적극적인 의지가 깃들어 있다.
각자 자신에게 현재 주어진
상황에 어울리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탐욕을 부리면 왜 안되는가? 사람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도덕한가? 그럴 때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하는 과정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고민할 것인가? 철학의 쓸모는, 철학의 힘은 바로 그때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