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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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나 드라마의 개봉과 함께 책이 나오기도 한다. 흔히 스크린셀러라고 말하는데, 이번에 MBC에서 50부작 드라마로 방영되는 <화정>과 함께 마치 드라마의 원작인 것같은 착각을 주는 띠지를 입은 책이 나왔다. <화정>. 광해군의 누이, 즉, 선조의 딸인 정명공주가 썼다고 하는 글자 '화정華政'- 나는 이 말을 드라마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했다-을 제목으로 삼았다. 일단, 광해군이라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많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군주라는 것과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군주라는 점에서 이슈가 될만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작가들에 의해서 그리고 많은 역사학자들에 의해서 광해군은 여러가지로 파헤쳐져 있고, 그만큼 많은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군주임에도 여전히 많은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역사 속 숨겨진 인물이다. 우선 조선왕조실록에서 광해군일기는 광해군을 쫓아내고 임금을 다시 세운 인조반정의 주역들이 다시 쓴 사료라서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점에서 많은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광해군의 앞, 뒤에 조선을 통치했던 선조와 인조란 인물들이 문제가 많았던 군주라서 더욱 그러한 듯하다.


그런 광해군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그의 반대편에 있으면서 가장 오래 살았던 '정명공주'의 입장에서 비교해 보겠다는 것이 이 책 <화정>의 목적인 듯한데, 우선 그 근거로 들었던 저자가 불분명한 <계축일기>와 정명공주가 남겼다는 글자인 '화정'과 몇마디의 말로는 반론의 근거가 너무 약하다. 어느정도의 논리적인 근거를 기대해봤던 나로서는 책을 다 읽고서 허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자가 정명공주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화정은 화려한 정치가 아니다. 화정은 빛나는 다스림이다. 정명공주는 자신이 글로 남겼던 화정이란 글처럼 빛나는 다스림을 스스로에게 적용했고, 자손에게도 그렇게 살도록 유언을 남겼다."


'너희가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거나 들었을 때 부모의 이름을 들었을 때처럼 귀로만 듣고 입으로는 말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명공주는 자손에게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말을 근거로 빛나는 다스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다른 근거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정명공주가 남긴 글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저자가 든 이유는 그 근거가 너무 미약하다. 게다가 인조반정 뒤에 정명공주가 받은 많은 땅과 노비와 혜택은 과연 백성들의 삶속으로 들어갔다고 저자가 평가하는 정명공주와 대비되는 이야기지 않는가? 오히려 정명공주가 자손에게 말한 것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편이, 즉 아무말도 하지 말고 아무 행동도 하지 말고, 권력에 미움받지 말고 살아서 자기 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처럼 다음의 말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말은 겉만 화려한 말로만 남는다.


정명공주는 자신의 붓을 꺾도록 만든 세상에 '화정'을 남겼다. 위기 때마다 자신을 지켰던 '화정'을 우리에게 남겼다. 남보다 먼저 자신에게 '빛나는 다스림'을 적용하기를 자손에게 당부했듯이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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