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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 시 한 수, 그림 한 장
김주대 지음 / 현암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1년 전과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그때보다 오히려 더 힘들어졌는데, 희망은 더더욱 찾기 힘든데 벌써 세월호 1주기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 현암사에서 받은 김주대 시인의 시서화집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을 펼쳤습니다. 순간 어느 페이지에 잡혀 버렸습니다.
세월~~

마지막 한 사람이 살아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당신들을 기다릴 것입니다
지금 당신들이 우리들 삶의 이유입니다
추운 바다를 밟고 제발
살아서 뚜벅뚜벅 돌아오십시오
그렇게 우리는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사월, 세월호에서 뚜벅뚜벅 살아돌아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인은 그 때의 우리의 아픈 가슴을 그대로 우리에게 기억시켜주고 있었습니다. 김주대 시인의 이 시집을 읽으며, 작년 사월의 아픈 기억과 지금 우리의 현실이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사월
그대 여기 와서
실컷 울고 갔구나
목련꽃이
다 졌다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물은 목련꽃이 다 떨어지도록 마를 줄 몰랐고,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사람들은 침묵했습니다. 지금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또 침묵하고 있습니다.

푸른 촛불
지난밤에는 촛불을 들고 거리고 나선 어린것들의 긴 행렬을 보았다.
요즘 가만히 있으라 해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밖으로 나오는 건 다 촛불로 보인다.
나와라, 다 나와라, 나와서 엄마한테 가자.
푸른 눈물처럼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아이들,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어른인 우리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이 행렬에 물대포를 쏘았습니다.

유류품
끈 풀린 운동화가 돌아왔다.
운동화속에는 이이의 발목이 없다
진리를 보아버린 사람은 타협을 못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
우리 진리를 보기는 했을까요?
우연히 이 시집을 펼쳐든 날이 4월 16일이었습니다. 무슨 계시처럼.
그 날 전 위의 시들에 푹 잠겨 세월호와 같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다시 시집을 펼쳐봅니다. 세월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와 같은 순수한 눈으로 아이들이 그린 낙서 태양아래 마치 낙서 태양의 빛을 받아 자란 것처럼 노란 민들레를 볼 수 있는 시도 가슴에 와닿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아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시대에 대한 아픔과 철학 등이 녹아있는 시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와 생각이 닮아있습니다. 그래서 꼭 내 마음을 그려낸 듯 낯설지 않았습니다. 내가 시인이 될 수 없다면 나와 같은 시를 읽어보는 것, 그것도 방법인 듯 합니다. 덕분에 나와 같은 시를 만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