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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보수여당과 문재인 진보 야당 후보의 득표율 분석표를 보자. 직업별 지지율을 보거나 월 소득별 지지율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왜 가난한 이들은 보수정당에 투표를 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의 말에 속아서? 물론 그것도 많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거기에 대한 답을 조지 레이코프의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통해서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이 책은 2006년도에 우리나라에 발표되어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2004년도에 발행되어 많은 민주당의 정치인들이 읽었고, 2008년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미국에서 책이 발간된 후) 이 책의 개정판이 다시 나왔다. 그 이유는 현재 미국에서 세금 구제와 오바마케어를 비롯한 자유와 부의 양극화, 기업의 지배 등 최신 쟁점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에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코프는 옆의 표에서 보여주는 가난한 이들이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이유가 바로 가치와 정체성에 있다고 본다.
흔히 우리는 '진리, 혹은 진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고 믿고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존재이므로, 우리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그들은 옳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고 행동한다. 이것은 서양철학의 지배적인 전통인 합리주의에 기초한 생각이다. 또한 인간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에 반하여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레이코프는 인지 심리적인 연구의 성과로 유권자는 합리적이라는 가정에 의문을 던진다. 그는 정치의 핵심을 '인지적 무의식'구조에서 파악한다. 즉 정체성 간의 충돌로 보고 있다. 우리의 뇌가 하는 일의 98퍼센트는 의식 수준 밑에서 이루어지며, 우리는 뇌 안의 무엇이 우리의 가장 깊은 도덕적, 사회적, 정치적 신념을 결정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의식적인 이 신념을 근거로 행동한다. 레이코프는 무엇이 인간의 사회적, 정치적 행위를 결정하는지 알아내어 이를 알리고자 했다. 특히 정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구조물은 바로 '프레임'이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곧 사회 변화를 의미한다.
언어는 프레임을 활성화하가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은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 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다르게 말해야 한다. 프레임은 슬로건이 아니라 생각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뉴스에서 매일 만나는 단어들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분명 이 단어들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가 있을 것이며, 의도하는 목적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세금 폭탄', '민영화', '무상급식'. 왜 정치가들이 이런 단어를 입에 올리는 걸까?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정치가가 아닌 유권자인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가 이 단어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