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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유럽을 걷다
손준식 지음 / 밥북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물론 알고 있었다. 여행이 가져다주는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 몸으로 배우는 인생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현실에 발이 꽁꽁 묶여버린 굴레가 많은 나는 쉽게 현실을 박차고 가방을 쌀 수 없었다. 특히 10여 일의 여행이 아닌 몇 달의 긴 여행은 머릿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에게는 마음껏 그런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수능이 끝난 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에게 긴 여행을 권했다. 그런 권유를 아들이 고맙게도 받아들여주어서 이제 얼마 후면 아들이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난다. 그런 아들에게 권해주고 싶어서 읽은 책이 바로 <스무살, 유럽을 걷다>였다.
<스무 살, 유럽을 걷다>는 다이어리나 블로그 일기장에 쓰여있음 직한 내용의 여행기다. 누구에게 여행지를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설렘과 두려움,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삶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 글을 쓴 손준식 군이 유럽의 어디에 서 있는가 보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유럽의 어디를 가면 좋을까, 어떻게 가면 좋을까 하는 의도로 이 책은 읽을 수 없다.
얼마 전 존 캐루악의 <길 위에서>를 읽었다.
우리의 찌그러진 여행가방이 다시 인도 위에 쌓였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문제 되지 않았다. 길은 삶이니까.
<길 위에서>에 나온 이 문장처럼 스무 살의 이 청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삶에 대한 고민으로 그 길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딱 스무 살 그 언저리의 아직은 어린 청년의 글이라 다듬어지지 않았고, 사색의 깊이도 아직은 깊어지지 않아 설익은 책이 되고 말았지만, 적어도 이 청년의 추억의 완결로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가 이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그가 보게 되는 대한민국의 이 도시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존 캐루악의 <길 위에서>의 주인공은 도시의 꿈틀대는 미친 꿈을 보게 되는데, 이 청년은 무엇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