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꿈결 클래식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무척 잘 읽히는 책이다. 간결한 문체와 다소 말장난 같은 별명 짓기, 무모해 보이기만 하는 주인공 나의 돌발행동 등이 마치 청소년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쓰메 소세키의 다른 작품, 예를 들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많은 독자들이 읽다가 포기한 작품이라고 한 것과는 다르게.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그의 대표작이지만 끝까지 읽는 데에는 많은 집중력과 인내를 요한다. 하지만 <도련님>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세키의 입문서로 제격이다.


<도련님>의 주인공 나는 무모함을 태생적으로 타고난 인물이다. 나는 무모함으로 인한 실수로 이어진 삶을 산다. 그가 특히 싫어하는 것은 남몰래 자신만의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이런 그가 한 시골학교에 수학 선생으로 가게 되며 겪는 이야기가 바로 <도련님>이다. 여기서 도련님이라는 말은 주인공 '나'를 하녀가, 혹은 조금은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부르는 명칭임과 동시에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비아냥거리며 일컫는 의미도 된다. 아무튼 이런 '나'라는 인물이 시골학교에서 만나는 여러 인물들은 그가 본래 가지고 있는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 의해서 너구리, 빨간 셔츠, 끝물 호박, 아프리카 바늘두더지 등의 닉네임으로 불린다.


문학사 학위를 가진 교감은 묘하게 여자같이 상냥한 목소리에 여름인데도 모가 섞인 빨간 플란넬 셔츠를 입고 있어 빨간 셔츠로 불린다. 하지만 그는 상냥한 척 교활한 인물로 끝물 호박(영어 선생)의 약혼녀인 마돈나를 가로챈다.

얼굴색이 몹시 안 좋은 영어 선생인 고가​는 끝물 호박을 먹어서 창백하게 부은 듯 보여 '나'에 의해 끝물 호박으로 불린다. 그는 약혼녀를 빼앗기고도 성인군자 같은 모습을 보이는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다.


<도련님>의 주인공 '나'는 1900년대 초의 인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요즈음의 인물이라는 편이 맞겠다. 어느 면에서는. 그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며, 지위의 고하에 따른 불공평에 분개한다. 그는 차라리 하녀, 기요가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기요는 비록 교육도 받지 못하고 신분도 낮지만 인간적으로 대단히 고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나'가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난 학교라는 사회는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 차라리 그는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범이라든가 남을 이용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편이 도움이 될 거라고 비웃는다.


기회주의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일삼는 근대사회의 인물상에 대한 해학적 꼬집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장기인 듯하다. 그가 내건 정직과 단순함의 '나'라는 인물이 아름답고 용기 있어 보이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그런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