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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련
미셸 뷔시 지음, 최성웅 옮김 / 달콤한책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모네는 1926년에 지베르니라는 마을에서 수련을 그리다 죽었다고 한다. 그가 그린 수련은 자그마치 272점에 이른다고 하니 죽기 전 27년간 오로지 수련만을 그린 듯하다. 인상파의 문을 열었던 모네는 다양한 색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지만 평생 화폭에 담지 않은 색, 결단코 사용을 거부한 색이 있다고 한다. 그 색은 '색의 결여'이자 '모든 색의 혼융'인 색, 즉 검은색이었다. 그러나 1926년 12월 초 죽음을 며칠 앞둔 모네는 자신이 떠날 것을 알고 검은색의 수련을 그렸다고 하는데 단지 전설일까? 과연 <검은 수련>은 무엇일까?
미셸 뷔시의 <검은 수련>은 제목에서 위와 같은 호기심을 갖게 한다.
이 책은 처음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단서로 주면서 시작한다. 아름다운 정원 지베르니에 세 명의 여자가 살고 있다.
첫 번째 여자는 심술쟁이 방앗간에 산다. 미망인이 될 예정인 84세의 여인이다. 그녀는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안다. 두 번째 여자는 복층의 관사에 사는 32살의 스테파니 뒤팽이고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곧 남편을 배신하고 사랑을 찾아 떠날 예정이다. 세 번째 여자는 모든 남학생의 선망의 대상인 이기적인 11살 소녀로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아버지를 찾고자 하며 곧 떠나려고 한다.
다음 이야기는 첫 번째 날,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라는 마을에서 제롬 모르발로라는 안과의사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그는 칼에 찔려 물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발견된다. 이런 식으로 칼에 찔리고 물에 빠져 사람이 죽었던 방식은 1937년에도 있었다. 그때 죽은 사람은 11살 된 알베르 로잘바라는 남자아이였다. 이 두 사건은 서로 관련이 있는 것일까?
로랑스 세레낙과 실비오라는 형사들은 누군가 던져 준 것 같은 단서를 토대로 살인사건을 쫓아간다. 혹시 이것은 단서를 던져 준 누군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닐까? 어디로 끌려가는 것일까? 독자는 궁금해진다.
<검은 수련>은 방앗간에 사는 늙은 여인인 '나'의 1인칭 독백과 3인칭 시점의 글이 서로 교차되며 전개된다. 또한 세 여인의 이야기가 서로 교묘하게 얽히며 시간을 뒤섞어 버림으로 해서 독자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는다. 독자는 이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내야 답에 도달할 수 있다. 게다가 독자는 사랑의 광기라는 인간의 저 밑바탕에 숨어있는 욕망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광기를 찬양한다. 성당을 보며 감탄하는 사람들, 이것만 보더라도 결국 이 성당에 관한 허황된 꿈을 가졌던 사람이 옳았음을 알 수 있다. 광기! 사랑도 광기를 포함한다. 이 광기로 똘똘 뭉친 사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