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
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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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가리킨다. 이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있는 그대로의 가공하지 않은 사실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말은 참된 이치나 참된 도리, 또는 철학에서 말하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승인할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이지만 사실과는 다른 개념이라 한다.

​자연에는 진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리는 오로지 인간의 인식 체계와의 관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술어라고 한다. 진리는 '맞음, 진짜임'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나타난 현상(appearance)와 실재(reality)의 일치 관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실을 말한다고 할 때, 정확히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벌어진 사실과 우리의 말 사이에는 우리의 인식이라고 하는 자신의 생각과 관점이 들어가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절름발이 인식을 가지고 생각하고 말하며 살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기에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다 보니 신뢰할 만한 사람이나 미디어에 의존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극단적인 절름발이 인식(자신의 생각과 다른 관점이나 정보는 배제하고 일치하는 내용만 받아들여 기존 입장을 강화하는 성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인간은 어떤 사건이 있으면 분명한 원인이 있을 거라고 믿는 쪽이다. 음모론은 벌어진 일로 인해 혜택을 얻을 누군가의 고의적 행위의 결과로 보려는 경향 때문에 호소력을 얻는다. 음모론은 나쁜 결과가 특정인의 계획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결과나 단순한 우연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을 꺼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사건을 누군가의 고의적인 행동 탓으로 돌림으로써 지지를 얻는다. 즉, 음모론의 바탕에는 의도적인 질서가 있다는 생각이 있다.

특히, 정보 창출 기관이 체계적으로 감시되어 제 기능을 못하고 편향되거나 왜곡된 사회의 시민이라면, 예컨대 자유 언론이 부재하는 독재 정권 치하의 국민이라면 그들이 듣는 모든 공식적인 발표를 전부 또는 대부분 불신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안전장치가 부재하는 상황에서는 음모론이 사실일 확률도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작년 4월에 이런 경험을 했다. '세월호'

음모론이 판을 쳤다고 말하지만, 이런 현상의 뒤에는 민주주의의 안전장치의 부재, 자유 언론의 부재 등으로 인한 문제가 있었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은 이런 음모론에 대한 일차적인 대응책으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를 유지하는 것을 꼽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음모론에 대한 인지적 침투라는 방법을 사용하기 이전에 자유롭고 개방적인 민주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저자의 여러 편의 글 중에서 이 음모론에 대한 글이 가장 재미있고, 읽기 쉽지만 또한 눈여겨봐야 할 글이 있었다. 바로 최소 주의와 중간 주의에 대한 글이다. 명확히 선과 악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에는 이 두 가지의 입장이 다소 불명확하거나 혹은 회색주의자로 보이거나 심지어는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하게 충동하는 두 개의 의견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분열하기보다는 작은 걸음이나마 앞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견이 엇갈리는 추상적인 사안, 확신이 서지 않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수준으로 한 단계 내려감으로써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 또한 중간 주의자들은 상충되는 의견들 가운데 가장 본질적이고, 강렬하게 느껴지면, 가치 있는 것을 찾아 지켜가고자 할 것이다.


이 책은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낯선 용어와 문장 사이에 길을 잃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번역이 잘못된 건가 하는 오해를 하기도 했다. 좀 더 쉽게 풀어서 번역했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지랖 넓은 생각도 했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의 투덜거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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