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가 아니 겉으로는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굴었는데, 딴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켜버린 기분,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정아은의 <잠실동 사람들>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이 작품은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니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교육과 삶의 현장을 그렸다. 하지만 특히 더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은 교육 1번지(사실은 사교육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마땅하다)인 대치동의 바로 옆에서 부와 성공에 대한 노골적인 욕망을 허옇게 드러내고 있는 잠실동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렇다. 만약 대치동의 이야기라면 '너희들의 이야기'가 돼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실동이라면 '나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적인 읊조림이라도 해 볼 수 있겠다 싶다.

대출을 받고 친정의 도움을 등에 업고 잠실의 리센트 아파트에 전세집을 마련한 지환 엄마, 유학도 포기하고 직장도 포기하며 아이들 교육에만 올인하는 해성 엄마, 남편이 벌어오는 알 수 없는 돈을 바탕으로 아이들 교육에 힘쓰는 태민 엄마 그리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잘 나가던 의사의 길을 잠시 놓고 페이닥터로 일하며 손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훈 엄마, 잠실동에서 학습지 교사를 하는 이, 초등학교교사, 지방대를 나와서 영어 과외를 하지만 자신의 학교와 경력을 속일 수밖에 없는 과외교사, 힘든 집안 형편이지만 몸을 팔아서 학배를 벌 수밖에 없는 대학생 서영, 이들이 연주하는 욕망과 불안의 변주곡은 독자의 마음속을 파고들어 아프게 한다. 

왜 이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하고 있는가? 아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가? 아이들은 미래다. 부모들은 아이를 가질 때 아이가 실현해 줄 미래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 미래를 사랑한다. 자식을 앞세워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려 한다. 그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여전하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더 저급하게 부모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한다. 어느 책에서 곤궁한 부모는 자신의 곤궁을 해소하기 위해 자식을 착취한다고 했다. 2015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부모들은 현재의 불안한 상태를 벗어나고자, 아니 적어도 자식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아이의 미래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려고 한다.

해성 엄마, 태민 엄마, 지환 엄마 그들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누구세요? 아이들을 배제하고 나면 당신에게는 무엇이 남나요?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내'가 해야 한다. 왜 우리는 욕망하는가?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있을까? 문제는 시스템에, 사회구조에 있는 것이다. <잠실동 사람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바꿔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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