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구할 것인가?
토머스 캐스카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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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풀린 전차가 질주한다. 앞쪽 선로에는 인부 다섯 명이 있고 갈라진 선로에는 한 명이 있다. 당신이 선로를 바꿀 수 있다면 그대로 다섯 명을 치게 할 것인가, 방향을 틀어 한 명만 희생시킬 것인가? 이것이 그 유명한 전차 문제, 영어로 Trolly Problem이다. 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변형시킨 문제도 있다. 앞쪽 선로에 인부 다섯 명이 있고, 선로는 바꿀 수 없다. 이 다섯 명의 인부를 살리는 방법은 무거운 물체를 떨어뜨려 전차의 진행을 막는 것뿐이다. 당신이 육교 위에서 이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고 마침 앞에 엄청난 뚱보가 서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상황에서는 선로를 틀어 한 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대신 다섯 명을 구한다고 답한다고 한다. 하지만 두 번째 상황에서는 한 사람의 목숨을 죽여가며 다섯 명을 살리는 일은 살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인 토머스 캐스카트는 이 문제가 실제로 일어났다고 가정한다. 문제는 첫 번째 상황에서 희생당한 사람의 딸은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검사는 선로 전환기의 손잡이를 당겨 폭주 전차의 경로를 바꾼 '용감한 시민'을 기소했다. 작가는 이 문제를 둘러싼 검사 측의 증언과 변호인의 답변, 그리고 배심원단 개개인의 의견, 그 사건을 보며 각기 다른 의견을 내는 교수들, 한 심리학자의 견해, 그리고 가톨릭 주교의 의견, 뉴스 기사에 달린 네티즌의 댓글과 시청자의 의견까지 다양한 생각과 철학을 전해준다.

 

이 문제는 다섯 명의 시민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의 시민을 희생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만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이 만연해있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이것이 타당해 보이겠지만, 도덕적으로 좋은 의도를 가진 행위가 부산물로 나쁜 결과를 낳을 수는 있지만, 좋은 목적을 달성하려고 나쁜 수단을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쪽도 존재한다.  칸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인간에게 남들이 공리라는 명분으로 침해할 수 없는 보편적인 권리가 있기 때문에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살아있는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답은 있을까? 저자는 [평결은 다음 페이지에]라고 써놓고는 '설마 정말로 답이 쓰여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라고 말한다.

 

저자의 마지막 말을 보면 '젊은 성인 상당수가 도덕적 사안에 대해 엄밀하거나 일관성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대부분은 도덕적 상대주의에 치우쳐 있다. '각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죠' 라고 말하며. 도덕적 일관성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고, 게다가 사려 깊지도 않은 요즘 사람들에게 '이것이 정답이니 이렇게 따라 해'라고 하는 책이 아니라 '도덕 철학이 왜 중요한가?'를 말하고자 하는 책이다. 적어도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왜 선택하게 되었는지'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머리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의견이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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