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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탄생 - 우리가 알지 못했던 믿음의 역사
프레데릭 르누아르 외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당신은 신을 믿으시나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먼저 당신이 신이라고 할 때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말해주시지요. 그러면 내가 그걸 믿는지 안 믿는지 대답하지요."
말을 건넨 사람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이 놀라운 대답을 다시 물음으로 전환시켜보자.
모든 종교에게 "신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신을 믿으시나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프레데릭 르누아르와 마리 드뤼케르의 책안에 있다.
마리 드뤼케르의 질문에 대한 프레데릭 르누아르의 답을 듣는 대담 형식의 이 책은 '인류 역사상 신은 언제 처음으로 등장했나요?'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책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신'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부터 존재하는 절대자라는 말이기보다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어느 순간 생긴 어떤 존재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신'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다양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그 신은 어떤 신일까?
프레데릭 르누아르가 언급한 것처럼 아스텍족이 어린아이들을 제물로 바쳐야 했던 그 신? 모세와 예언자들에게 말을 하는, 의인화된 <성경> 속의 신? 자연과 동일시되는 스피노자의 신? 볼테르가 말한 시계공 같은 신? 스토아학파나 아시아의 현자들이 생각하는 인성과는 무관한 신? 심지어 그리스도교 전통 내부에서도 무수히 많은 신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여전히 신의 존재를 믿고 있는, 게다가 그리스도 교인인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갇혀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지금 유럽의 신에 대한 믿음의 퇴조를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에서 신의 모습을 재현하는 방식(인성을 겸비한 신에서 인성과는 무관한 신, 남성의 모습을 한 신에서 사랑과 보호라는 여성의 특성을 지닌 신, 하늘에 사는 외적 신에서 신자의 내부에서 만날 수 있는 내적 신) 또한 동양과의 만남에서 온 긍정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인다.
저자가 신의 탄생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종종 믿음을 가진 일부 종교인들이 읽으면 거북할 수도 있는 내용의 말을 하지만, 유일신의 탄생과 정치와의 관계, 박해를 받던 종교가 세계화되면서 오히려 박해를 가하는 종교가 되는 문제 등 종교 내부에서 발생하는 극과 극의 서로 모순된 행동들까지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런 종교들이 아니 "신"이 과연 언제까지 받아들여질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인간의 실존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한, 사랑과 아름다움의 체험이 우리로 하여금 신성에 눈 뜨게 하는 한,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기필코 찾아오는 한, 신은 이름이야 어찌 되었든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나 모든 문제들에 대한 믿을 만한 대답, 바람직한 절대자, 변화를 일으키는 힘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신에 대한 믿음이 위험해지지 않으려면 저자의 말처럼 우리를 하나 되게 묶어주는 보편적인 가치, 즉 정의와 자유, 사랑처럼 인류의 미래가 걸린 가치들을 키워나가고 이를 널리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