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ㅣ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책을 읽으면서 뒤를 돌아보게 된다. 혹 나 말고 다른 이가 이 글을 같이 읽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내 일기장을 들켜버린 것처럼 불안하고 부끄러운 문장을 만나게 되는 이 책은 그래서 '용기 있게 읽어내야 하고, 용기 있게 내보여야 한다'.

일본의 유명한 아들러 학자인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글로 프로이트와 융의 그늘에 가려진 아들러의 심리학을 윽박지르지 않고, 논리적으로 조곤조곤 따져 가르쳐 주는 이 책은 독자들을 조금은 불편하게 할지도 모른다. 독자는 저자의 말에 가슴이 여러 번 찔려 해야 하고 때로는 저자의 논리와 부딪히면서 '아니, 그래도 그렇지...'하며 읽게 된다.

우선 기시미 이치로는 '심리학의 전성시대'에 만연해 있는 프로이트식 '원인론'을 아들러식 '목적론'으로 설득력 있게 뒤집는다. 오늘날 상식처럼 되어버린 프로이트의 '트라우마'개념에 대한 비판은 속이 다 시원하다. 사실 그동안 여러 심리학 책에서 만나는 프로이트의 해석들은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우선, 아들러는 누구일까? 왜 프로이트와 융은 유명한데 이 심리학자는 유명하지 않은 걸까? 아들러는 프로이트가 운영하는 빈 정신분석협회의 핵심 일원으로 활약했던 인물이지만 학설 상의 대립으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개인심리학을 제창했다. 개인 심리학이란 인간을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전체'로 보고 각각의 개인은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아들러파의 존재 자체가 잊혔다는 사실, 그것이야말로 그의 사상이 일개 학문에서 탈피하여 사람들의 상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아들러 심리학의 특징은 무엇일까? 프로이트와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트라우마에 있다. 프로이트가 말한 트라우마는 '당신이 괴로움에 시달리는 것은 과거의 그 일에 원인이 있다.'라고 말한다. 나아가 '그러니 당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라고 위로하는 걸로 그친다. 하지만 아들러는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 즉 트라우마-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 그 수단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 즉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열등감은 어떤가? 저자는 열등콤플렉스라고 말한다. 'A라서 B를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A만 아니면 나는 유능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셈이다. 현재 상황의 '나'에게 어떤 모자람을 느끼는 상태다. 이 모자람은 노력과 성장을 통해서 채워야 하는데,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열등감에 괴로워하지만 불행을 자랑하거나 권위의 힘을 빌려 자신을 포장한다.

⁠아들러 심리학에는 상식에 대한 안티테제라는 측면이 있다. 원인론과 트라우마를 부정하고 목적론을 추구하는 것, 인간의 고민은 전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 인정받기를 바라지 않는 것, 나아가 과제의 불리까지 모조리 상식에 대한 안티테제다.

책을 읽어가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내가 달라지면 아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말과 행동을 바꾸었던 것이다. 아들러는 타인을 조종하는 수단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바꾸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는 것, 내가 변해도 달라지는 것은 나 자신밖에는 없다는 것, 그 결과 상대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바로 그것이 과제의 분리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방영된 드라마에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 요즘에 들어와서야 프로이트와 융을 벗어나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기댔던 심리학 이론들이 우리를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부족하기 때문인 듯하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서 이제 조금 알게 되었지만 조금 더 많은 책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