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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조금은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도 무척 당황스러운 책이었다. 그것은 이 책의 경험과 나의 경험의 교집합이 적은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고, 거기에다 평소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던 주제라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10대 청소년의 성장기가 아니라 오로지 10대 여자애의 섹스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왜 작가는 굳이 이 이야기를 해야만 했을까?'였다.
그래서 난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나를 찾으며 이 책을 읽어가고 있었다. 1970년대 프랑스의 한 소도시 클레브에 사는 솔랑주라는 소녀는 일기를 녹음한다. 1980년대 어디쯤 솔랑주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솔랑주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당시 10대 소녀의 성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왜 굳이 10대 청소년의 성에 대해서 써야만 했을까?
10대 소녀는 얼마 전까지 깨끗하고 아름다운 청순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그래서 보기만 해도 예쁜 몇 안되는 존재였다. 물론 나한테는 지금도 여전히 그런 이미지로 덧씌워진 존재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생각에 '진짜?'라고 물어본다. 10는 어른이 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준비가 되는 시기이며, 알게 모르게 어른이 하는 행동에 대해, 특히 섹스에 대해 관심이 가는 시기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지 않았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문학은 '상투적이고 일반적인 답들에 대한 투쟁'을 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간은 과연 동물보다 뛰어난 존재임이 확실한가? 사람도 동물이라면 왜 동물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욕망, 욕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가? 그렇게 볼 때 10대 청소년의 섹스에 대한 관심과 행위는 당연한 것이 아닌가? 동물이라면...... 왜 동물과 인간이 다른 점을 욕구를 참아내는 것에 두는가?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섹스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건 도대체 뭔가?
그렇지만 소설 속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1980년대 프랑스는 성이 해방된 시기였다고 한다. 그 당시는 성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허용되었고, 인류 역사상 그 당시가 유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당시 누구나 빨리 처녀성을 잃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 문화적이고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니 조금은 수긍이 가면서 지금 우리에게는 이 질문이 어떤 답을 가져올 것인가는 궁금하다.
<책 속 밑줄 긋기>
훨씬 더 나중에, 한 달 뒤, 일 년 뒤, 이 년 뒤, 삼 년 뒤에 열여섯 살이 되고, 열여덟 살이 될 것이다. 기다림을 참을 수 없다. 성인이 되고, 여자라고 불리고, 인생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알아야만 한다.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가고, 오고, 전화하고, 이야기하고,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섹스해야 한다. <섹스>. 지구 전체를 움켜쥐고 섹스해야 한다.
'내가 지금의 네 나이였을 때가 기억나는구나. 쉽지 않았지. 한 발 나아가면 한 발 후회하곤 했어. 내 가여운 아가야, 사람들은 그때를 사춘기라고 말한단다. 하지만 평생 어린애로 있을 수는 없어. 그 시기를 통과해야 행. 너도 알겠지만 그건 가시덤불과도 같아. 넌 나중에 직업을 갖고, 아이들도 갖게 될 거야. 그러면 다 알게 될 거다. 넌 나보다 더 좋고, 더 아름다운 인생을 살 거다. 그러니 나를 본보기로 삼지 마.'
'너는 충분히 숙고하지 않았어. 세상만사는 서로 연관되어 있어...... 우리가 반드시 그걸 알아차리지는 못하더라도 말이야. 그걸 나비 효과라고 해. 나비 한 마리가 중국에서 날갯짓을 한 번 하면 클레브까지 그 영향이 미친다는 거야. 네 인생도 비슷해. 오래전에 일어난 일, 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하신 일, 중세 사람들이 한 일이 네가 상상하지 못하는 경로를 통해 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야. 네 아버지도 마찬가지지. 넌 정신적으로 해방되어야 행. 만약 뭐가 뭔지 모르면? 너는 아무에게나 들이대겠지. 이 모든 건 네가 아버지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가 네 내면의 폭군인 거지.